정부조직 개편에 있어 중요한 것은 축소대상 공무원의 처리가 다른 기관
이나 민간기업에 낭비와 비효율을 떠넘기는,방법만 바뀐 또 하나의 부담
전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재계에 공식 요청한 상당수의 잉여공무원 수용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이 관철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우리의 소견이다.

그런데 전경연은 13일의 정례 회장단회의에서 정부요청을 수용하여
5급이상 고급인력 150명을 각 기업이 나누어 고용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 이를 전적으로 환영하고 거기에
따르는 뒷받침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재계의 의사가 반영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민간기업으로 전직하게 되는 정부축소 인력이 우리기업
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필요인재로 활용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보기에는 정부가 잉여인력의 수용을 재계에 공식으로
요청한 것은 민간의 자율을 존중해야 할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그 이유로 몇가지를 지적할수 있다.

공무원의 민간업체 수용요청은 관에 대해 약한 입장에 있는 민간 기업
으로서는 함부로 거부할수 없는 "협조지시"나 다름 없다는게 첫째
이유다.

둘째 이유는 필요한 인재일 경우는 문제가 없으나 거절할수 없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인원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불필요한 인원까지도
수용하게 될 경우 그것은 탈국경화 상황에서 벌어질 무한경쟁 대책으로
촉구되는 기업의 효율적 감량경영에 역행되는 낭비와 비효율화를 초래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5급이상 350명,6급이하 550여명,모두 900여명으로 알려진 잉여공무원
처리는 민간기업에 수용될 150명을 제외하고는 새로 생기는 고용보험
업무에 320명을,나머지는 확장 강화되는 새 정부부서에 전출시키든가
한시적으로 국내외의 연수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총무처의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튼 잉여인력 문제는 가시적 효과만 생각해서 졸속 처리해서는
안된다.

물론 불필요한 인원을 민간에 떠 넘기려는 것도 안되고 또 신분보장
이라는 이름아래 정부출자 국영기업체나 새 부처에 무조건 배치함으로써
"여기서 빼고 저기서 쓰는"식으로 세금낭비를 계속해서도 안된다.

그러면서도 잉여인력을 세계화를 위한 재교육으로 2~3년의 기간에 걸친
국내외 파견 연수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편성하는 것이 보다 필요하고
건설적인 방안으로 검토됨직 하다는 점을 첨언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