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들의 영업전략이 바뀌고 있다.

규제금리속에서 상당폭의 마진을 챙길수 있던 기업대출위주의 장사가
금리자유화와 외환시장개방조치이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위험(Market Risk)은 많지만 수익성도 높은 파생금융상품 외환 스와프
옵션등에 외국은행들이 많은 신경을 쓰는 추세다.

외국은행의 이같은 변신은 우선 서울이외의 지점을 폐쇄하는데서 잘
나타난다.

올해들어서만도 체이스맨해턴은행과 스탠더드차타드은행이 부산지점을
폐쇄했다.

도이치은행도 올해까지만 부산지점을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선 외국은행의 부산지점폐쇄가 부산지역의 경기침체가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주력업종인 신발산업이 사양화돼 이지역기업의 자금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에 연고를 둔 기업에 대한 금융업무는 대부분 서울에서
이루어져 왔다.

굳이 부산에 지점을 내지 않고서도 돈만 있으면 서울지점에서 직접 부산
지역기업에 대출할수 있었다.

외국은행들의 부산지점철수는 오히려 금융시장환경의 변화때문이라는게
대부분 외국은행관계자들의 얘기다.

"외국은행들은 국내에 지점을 설립할때마다 그동안 스와프한도확대혜택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이외 지점의 필요성이 없어졌습니다.
기존지점을 폐쇄한다고해서 스와프한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다 단순한
대출업무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은행의 일부지점폐쇄는
국내금융환경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외국은행의 경영전략수정이라고 봅니다"
(홍콩상하이은행 장덕영지점장)

지난3월 부산지점을 폐쇄한 체이스맨해턴은행과 스탠더드차타드은행은
실제로 금리자율화와 외환시장개방시대를 맞아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부산지점폐쇄 역시 경영전략의 변화때문이며 부산지역경기와는 관계가
없다는게 이들의 얘기다.

외국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지점을 설치한 체이스맨해턴은행은 기업대출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 올해부터 세계지점망을 활용한 국제금융분야를 특화
하고 있다.

"세계지점망을 활용한 자금통일관리와 글로벌프로젝트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수수료수익비중을 이자수익분야보다 높이겠다"
(더글러스 야스퍼지점장)는게 체이스맨해턴의 전략이다.

스탠더드차타드은행의 경우 지난1월 자금시장부를 신설, 국내기업의 해외
자금조달업무를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과 논노의 법정관리로 3백억원에 가까운
부실채권을 떠안게된 스탠더드차타드은행은 국내에서의 예대업무가 더이상
수익부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은행은 주식수탁(커스터디)업무와 선물 스와프등 외환업무, 은행간업무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외국은행들의 경영전략변화는 또한 국내기업들의 직접금융확대와 국내
은행들의 영업력강화와도 맞물려 있다.

기업내부자본금이 상당히 축적된데다 은행의 자금력이 강화돼 단순한 예대
업무만으로는 국내은행들과 경쟁에서 이길수 없다는게 외국은행들의 판단
이다.

물론 모든 외국은행들이 지점을 철수하려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국내지점을 추가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게 한국은행
관계자의 얘기다.

각은행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방식 또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수 있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