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겐 누구나 여러가지 모임이 있게 마련이다.

직장에서의 모임,사업상의 모임, 동창의 모임, 친족간의 모임등등.

필자 역시 살아오면서 이러한 모임들에 참여하고 있지만,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거의가 의무적이면서 때로는 내키지 않는 걸음도 있다.

그런데 오즘 필자와 신나게 동참하고 있는 모임은 퍽이나 신비스러운
자리로 옛부터 내려오는 풍수지리를 닦고 익히는 현문풍수지리학회회원들이
참여하는 간산모임이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였던 필자가 선배를 따라 간산에 처음 참석했을때
용이 무엇이며 혈이 무엇인지 또한 맥이 무엇이며 기가 무엇인지..

평소 여러 방면에 어느정도 안다고 자부했는데, 이 부문은 생소하기만
했다.

이모임에서 3개월간의 풍수지리 기본과정까지 수료했으나 혈장(묘를
보고 이를 풍수학적인 형기와 이기면에서 헤아리기에는 아직도 미개안의
초심단계와 불과하다.

한달에 한번씩 간산하는 날이 다가오면 벌써 한주일전부터 기다려진다.

회원은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김광배씨(오양고 서무과장) 이도형씨(공무원)
등 주축이 되지만 고희를 넘기신 노장과 30대 초반의 소장들도 있다.

서울을 주축으로 멀리는 해남.부산등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전 회원이 모여 명당순례의 노정에 오르면 평소 잠재해 있던 동심까지
발동을 하게 된다.

한국데 명당의 간산에 접어들면 아늑한 묘정에 신평을 중심으로 회원이
둘러앉아 산세로 산심을 읽으며 천성의 강림을 보고 용.혈.사.수.향의
이기를 헤아리며 기맥을 따지다가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깨우치면, 하늘과
땅과 만물이 그 어느 하나 인연없음이 없고, 그 어떤 일 한가지도 원인없이
일어가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준비해온 점심에 된장국을 끊이고 그 고장의 막걸리 한잔을
겉드리면 천하일미.

간산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하루에 3~4군데의 명당을 돌아보고 명당이 지닌 인연의 실타래를 탐색해
보면 귀로에 오른다.

차내에서 회장의 각명당에 대한 풍수적인 총평을 돋고 회원 각각 사료적인
것, 야화적인 것, 향토적인 것, 사래적인 것등 회원들과의 대화를 모으며
단연 오늘 하루가 나를 박식하게 한다.

대화가 열기를 더하면 대절버스가 가는지 서는지도 모르고 다만 일요일
귀경길이 막혀서 대화시간이 연장되기만을 바랄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