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에 대한 첫 이상은 그 지역이 소유하고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연장등 문화공간의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

건물의 외형은 물론 그 공간들이 알찬 프로그램으로 늘 활용될때 도시의
세련미와 생기를 느낄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도시들은 오랜 중앙집권체제에 따른 수도 서울의
문화독점현상 때문에 아무리 놀랄만한 발전을 했다해도 변변한 문화공간
하나 없는 문화적불모지대가 되어 왔다.

한국의 두번째 대도시인 부산이 그렇고 대구역시 마찬가지다.

인구 220여만의 한국세번때 도시 대구에 7일 국립박물관이 개관됐다.

경주 광주 전주 청주 진주 부여 공주에 이어 여덟번째 새로 건립된
국립박물관이다.

문체부가 지난 89년부터 5년여간 모두 203억8,400만원을 들여 3,000여평
의 부지에 건립한 대구박물관은 고고실 미술관 민속실 기획전시실과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국보3점,보물32점을 포함한 1,351점의 문화재를
전시해 놓았다.

국립대구박물관이 신라중심의 경주박물관,백제중심의 부여.공주박물관,
내년에 개관예정인 가야중심의 김해박물관등과 비교해 전시유물의 성격이
모호하고 특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은 경주와 인접해있는 대구의
입지조건 때문에 어쩔수없는 노릇이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골동품이나 유물을 수집,전시해 관람시키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미술관 민속관 향토사료관은 물론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까지 포함될수도 있다.

국가나 민족,지역문화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박물관이다.

대구지역에서는 선사시대 청동기유물들이 계속 출토되고 있다.

또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이 있던 양반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약령시로
유명했다.

지금도 한국의 섬유산업과 상권의 중심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때
대구박물관은 이 지역만의 특징적인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이제 대구사람들의 몫이다.

한나라의 문화수준은 그 나라의 박물관이 대표한다고 할 만큼 박물관은
문화의 보고이며 교육의 요람이다.

지금 한국에는 국립18개,공.사립49개,대학77개등 모두 144개의 등록된
박물관이 있지만 몇몇 박물관을 제외하면 그 수준은 보잘것 없고
특성도 별로 없다.

어느 한 지역의 특성이 다른 어떤 곳에도 없는 유일한 것으로 다시
탄생할때 그 지격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다는 점을 되새겨 보게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