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새로운 통상법을 마련중이다.

한국은 물론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120여개 회원국들이 우루과이라운드
(UR)협정에 따라 그 이행법안을 제정중이지만 EU집행위가 만든 관련 법안은
수입규제 정도가 이전보다 훨씬 강화돼 주목된다.

또 수입규제 방안이 미통상법 301조처럼 국제통상질서을 벗어날 가능성도
내포,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20일 EU 실세기관인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남겨둔 이 법안은 총칙
선적전검사 관세인하 섬유 농산물 통상강화 서비스등 7개분야 3백50페이지
분량으로 그야말로 EU 12개 회원국의 새로운 통상지침서다.

이중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6장의 통상강화 분야이다.

말이 통상강화이지 역회 제품의 수입규제를 위해 <>반덤핑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상계관세 <>신통상보호조치(NCI)등을 담고 있다.

이들 조항중 특히 우려되는 점은 신통상보호조치의 신설이다.

이조항은 지난 84년 EU가 마련한 통상보호조치보다 기업의 자기 방어수단을
크게 강화, 자칫하면 독소적 기능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EU의 이른바 "84통상보호조치"에 따르면 역내기업은 단지 외국의 "불법적
통상행위(illicit commercial practices)"로 피해를 입을 경우에만 집행위에
그 부당성을 제소 할수 있었다.

외국기업의 불법행위로 중대한 피해를 입은 사실을 입증할수 있어야 제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새규정은 불법행위는 물론 외국의 "모든 통상행위(any commercial
practices)로 역내기업의 "부정적 영향(adverse trade effects)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집행위에 제소가 가능하다.

기업의 제소범위를 "불법"에서 "모든 부정적 영향"으로 확대, 그 재량권을
넓혀 놓았다.

그만큼 기업의 제소가 빈번해질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셈이다.

게다가 EU의 시정조치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GSP등 특혜관세의
철회는 물론 기존 관세의 인상및 과징금 부과 그리고 수입수량제한(쿼터제)
등 다양한 보복방안도 담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는 EU집행위가 마련한 신통상법안은 분명 미통상법 301조와
유사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EU의 새법안은 보복조치를 취할때는 반드시 사전에 국제기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미301조가 GATT등에 제소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국법에 따라 외국기업
에 일방적 보복조치를 취할수 있는데 반해 새법안은 GATT중재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만 보복조치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게 EU측의
설명이다.

또 UR협정에 따라 내년부터 업무를 시작할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절차도 "부정적영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새법안에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U의 대외통상문제 최고 책임자인 리언 브리튼집행위원도 지난주 있은 한
세미나에서 "국제무역기구 규정내 유럽산업보호"란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집행위측의 이같은 설명을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EU의 새통상법안은 분쟁
해결등을 자국법에 의존하는 미301조와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그 형식에 관계없이 EU가 "자유무역주의의 정착"이란 새통상질서에
반하여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새법안의 통상강화규정중 NCI조항의 신설 외에도 반덤핑분야의 조사기간을
현행 18개월에서 15개월로 단축, 반덤핑규제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우회덤핑 금지조항도 추가,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물론 한국업체가
EU역외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규제가 가능하다.

상계관세조항을 활용, 보조금을 받고 수출한 제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세이프가드조항도 현재보다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선적전검사제도를 신설, 제품의 출하과정도 단속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오는 14일 유럽의회, 20일에는 이사회의 최종승인을 남겨놓고
있다.

현지 통상전문가들은 아일랜드등 일부 회원국이 반대하고 있으나 골격이
크게 손질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희범(주EU한국대표부)상무관은 이와관련, "지금은 EU의 UR이행법안이
어떤 형태로 완성될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볼때"라고 전체, "그러나 EU가
새통상법을 악용, 한국산 제품에 부당한 규제를 할 경우는 우리도 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