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주 <경희대 교수> ####

화불단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형참사가 연속된 10월이었다.

믿기어려운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32명의 고귀한 인명이 회생되었는데
잇따른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고로 이에 못지 않은 인명피해가 생긴 바
있다.

온 나라가 이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고,우리의 현주소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관을 불문하고 발생하는 인재로 안전관리가 재삼 강조됨에 따라 각종
안전진단및 보수공사등이 시행되고 있고 이에 따른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참사를 접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공학전문가가 동원되는
사고예방차원의 안전관리시스템의 구축과 아울러 사고발생시 생기는
손해보상의 조달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위험관리체제의 구축이 행정관청
이나 기업에 요망된다는 점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된 기사에 의하면 서울시나 지방자치단체
행정관청은 교량 댐등과 같은 공공시설의 사고에 따른 피해자 보상을
위해서 배상책임보험에 전혀 가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강의 많은 다리를 적은 인원으로,그것도 비전문인력으로 관리를
하면서 보험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위험관리측면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의 한 손해보험사가 방글라데시에서 보험료가 255만달러인 설계사와
기술사에 대한 전문인보상책임보험을 인수하게된 동기가 방글라데시정부
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우리나라 행정관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는 세금을 거두어 국가가 배상하면 되니까 표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앞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될 경우 이러한 낮은 수준의
위험관리의식은 커다란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본다.

울산의 직할시 승격 논란이 시사하듯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중요한 요소이다.

상당수의 기초 자치단체는 재정자립에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되고,이런 곳에 자치단체에 배상책임이 있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현재와 같은 위험관리수준으로 해당단체에 심각한 재정적 타격과
나아가 지역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와 관련된 예는 미국의 소위 배상책임보험위기에서 찾아 볼수 있다.

이는 1980년대 중반 지방자치단체가 사고보상을 위해 필요로 하는
배상책임보험에 보험사에 의한 판매중단이나 급격히 인상된 보험료등의
이유로 가입할수 없었기 때문에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출퇴근용 케이블카,
시에서 운영하는 탁아소 놀이터등이 폐쇄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보험사의 공급측면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관청의 인식부족,즉 수요측면에 있는 것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편 최근 수년간 발생했던 대형재해및 환경사고에도 불구하고 위험
관리에 대한 기업의 인식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건설기업들을 대상으로한 특정 설문조사에 의하면 리스크관리에
대한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자는 과반수 이상의 경우 최고경영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변자의 약3분의1이 리스크관리가 후진적인 원인
으로 최고경영자의 인식부족을 들고 있다.

또한 과반수가 리스크관리에 대한 전문적지식및 경험부족,전문인력부족
을 들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 경영층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또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고를 보면 해당 유람선이 유도선사업자배상
책임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나 한 사고당 보상한도가 3억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망실종및 중경상을 입은 피해자가 성수대교 붕괴사고보다 많은 것을
감안할때,이 사고에 대한 보상금액으로는 명백히 부족한 액수이다.

이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면 모르겠으나,그렇지 않은 경우 기업의
성장에 대한 심대한 타격은 물론 존립자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
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최대발생가능한 손실금액에 대한 비현실적 추정및 보험료 지출에 대한
소극적 자세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본다.

그나마 이 보험도 지난해 발생한 서해페리호 사고 이후 올해부터 정부가
강제보험으로 하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임의보험이었다면 과연 어느 정도나
가입하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보험가입금액이 적었던 점을 고려할때,단지 의무보험화에 그치지
말고 실효성있는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는 건설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국민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법의식 수준의 제고에 따른 소송의 증가
등은 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 시대의 자치단체의 배상책임위험을
더욱 증대시킨다.

현행과 같은 위험관리의식이 초래하는 결과를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
보면서 안전공학측면 뿐만 아니라 재무측면이 결합된 위험관리체제의
구축을 행정관청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공히 요구한다.

아울러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후진적인 사고로 국가의 에너지가
좀먹는 일이 없도록 관계당국의 실효성있는 조치,필요한 예산,인력지원
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