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농민조합원과 도시소비자간의 직거래확대를 표방하며 운영중인
대규모의 농산물장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은 서울 창동과 양재동에 산지와 소비지
간의 직거래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형 농산물장터를 개설해 놓고 있
으나 운영주체의 관심부족에 관리부실까지 겹쳐 판매액이 격감,당초 설립
취지가 크게 퇴색돼 가고 있다.

지난92년말에 개설,작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창동장터의 경우 대
지 5천평,매장면적 5백평의 크기에 70개의 농산물판매대가 설치돼 있지만
이용객감소로 판매액이 작년의 2백18억원에서 올해는 지난20일까지 불과
1백2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창동장터는 금년판매목표를 3백억원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이용객이 줄고 있는 것은 장터가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어 원
거리고객들의 접근이 용이치 않은데다 판매가격과 취급상품의 종류에서도
일반상가에 비해 별다른 매력을 갖고 있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터운영일수가 지난8월초부터 주4회에서 2회로 단축되고 이용객이 격감
하자 회원조합들도 영업을 기피,최근에는 20여개의 판매대가 비어 있을 정
도로 매장을 철수해 버리는 조합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곡판매대를 운영하는 조합원 정모씨는"개장초 하루 4백포대(20)까지
팔렸던 쌀이 최근에는 30포대 팔기도 힘들다"며"운송비도 건지지 못해 아예
장터가 문을 여는 날에도 참여하지 않으려는 지방조합원이 대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9월중순에 개장한 양재동의 직거래장터는 개장후 24일간 운영에 판
매액이 1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창동장터의 한조합원은 "장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데에는 농협중앙
회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홍보활동을 외면하고 사후관리에 관심을 기울
이지 않은 것도 큰이유로 작용했다"고 지적,"조합원들이 그동안 수차례나
건의,진정을 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며 중앙회의 무성의를 탓했다.

농협중앙회는 양재동장터와 창동장터의 부지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서울
시로부터 무상으로 빌려쓰고 있으며 김장철인 오는12월 11일까지는 평일에
도 개장한다는 방침이나 이용객 감소로 판매신장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