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이 다가온다.

학습 참고서 심사를 맡아 관장하는 상습자료협회를 그만두고 금성교과서
(주)의 대표이사에 취임한지도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지나간 8개월은 나에게는 무척 짧게 느껴진 세월이었다.

회사의 업무파악 출협관계업무 운평문화재단설립업무 2종교과서 협회업무
등 많은 일에 매달려 보낸 기간이었다.

이렇게 바쁜 과중에서도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이 있었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일이지만 금성교과서(주)에 "금성산우회"라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동아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악회총무에게 자초지종을 알아보았다.

금년으로 만 12년이 되었고 편집국 직원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며 석간으로
모든 사원들의 우상이신 김낙준그룹회장님, 회장은 공석이며 부회장에 항상
모든 사원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박우정국장, 총무에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정용환과장, 간사에 안방살림을 알뜰하게 꾸려가는
살림꾼인 신경준과장등 모두 2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서울 근교 산을 중심으로 산행을 하고 분기별로
장거리 산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금성산우회"가 설립된 취지는 사우들간의 친목 도모와 아울러
건강증진을 위하여 조직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 나를 감동시킨 것은 그들이 내세운 술로건이었다.

즉 "우리의 건강은 회사를 살찌게 하고 우리의 화합은 회사를 윤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원들이 버티고 있는한 우리 금성교과서(주)는 걱정이
있을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전 사원이 함께 산행을 즐기는 시간을 마련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랬더니 대신 금성산우회 회장직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쾌히 승락하였다.

그후 취임한지 2개월15일이 되는 6월25일 전 사원이 한마음이 되어 도봉산
에 올랐다.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속에서 찌든 오물을 모두 떨어버리려는듯 삼삼오오
그룹을 이루며 기쁜 마음으로 산행하는 모든 사원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
이었다.

또한 사원들의 안전을 위해 금성산우회회원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합심하여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흐뭇한 감회는 지금도 잊을수 없다.

그후 한달에 한번씩 회원들과의 산행을 즐기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건강한 신체속에서 건강한 정신이 싹튼다는 것을..

나는 이제 금성 산우회의 회장으로서 그리고 금성교과서(주)의 대표자로서
맡은바 직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