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멸망하기 오래전부터 이들 지역을 둘러본
사람들은 사회주의의 종말을 예견했었다.

사실 경쟁없는 사회의 낙후된 현재 모습을 통해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의 최대 장점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국제화다,세계화다 하여 공기업 민영화정책을 부쩍
서두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와 동구권,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지금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추진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공기업 민영화의 문제를 밀도있게 다룬 이 책은 총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민영화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설명에 할애되고 있다.

저자는 민영화를 "시장 메커니즘의 역할을 증대.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활동을 재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일찍이 민영화의 길을 선택했던 미국과 영국 두 나라의
사례를 통해 이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에 이르러서 규제완화 정책으로 선회했는데 그
이면에는 산업경쟁력 후퇴, 기술 변화, 재정 악화, 신보수주의의 등장등
당시 미국의 복잡한 내부사정이 깔려 있었다.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정권 교체기때마다
국유화와 민영화가 자리 바꿈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기조의 흔들림은 대처수상의 집권기에 이르러서
제자리를 잡았다.

이렇듯 영.미의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제2부는 특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 한가지 예로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수도사업을 민영화한 영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인플레이션, 고용 불안정등 전반적인 경제 운영의 실패로 흔들리던 대처
정권이 선택한 방안은 금리자유화와 민영화였다.

영국은 지난84년 이래 버스 가스 항공등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한
결과 경영자의 의욕 증진, 리스트럭처링 단행, 기술혁신, M&A와 다각화등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고무된 대처는 야당과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사업까지
민영화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일부 수도회사는 프랑스 수도회사에 매수 합병되는 결과를 초래
하고 말았다.

물론 영국이 법률적 규제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프랑스 수도회사는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었다(5년간 외국기업은 15%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특별주 규제법을 두었다).

하지만 특별주 규제기간이 94년에 끝나면 외국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경쟁 체제를 도입해 약해질대로 약해진 체질을 바꾸려고 한 영국은
국가의 기간산업을 외국에 넘겨주게될 지경에 처한 것이다.

영국 수도사업 민영화는 민영화대상 기업 분야 선정에 있어서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항공규제완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장원리에 기초를 둔 운임결정, 운송량에 대한 규제철폐, 노선 자유화
등으로 요약되는 이 정책은 적정한 운임체계형성, 고객의 선택 폭 확대등의
결실을 맺음으로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경쟁과열과 가격전쟁, 노사분규, 수익저하로 인한 도산등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이 부정적인 측면만보고 규제완화의 긍정적인 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제3부에서는 EU국가들의 규제완화 동향과 일본국철, 영국 버스회사의
민영화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르포성격을 띠고 있는 2,3부는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등 일부 선진국의 민영화과정을 우리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일본경제평론사 3백67면 2천9백87엔)

손풍삼 <국제사회문화연구소장>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