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금성사 현대전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자업체들이다.

거대기업인 이들이 청소년을 겨냥해 전자오락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차세대주력업종으로 삼겠다는 목표까지 설정했다면 더욱 알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전자산업이 멀티미디어화되고 있으며 전자게임기가 멀티미디어산업
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게임기야말로 멀티미디어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입체동화상을 전달하고 음향을 실제음과 유사하게 내야하는 게임기는
컴퓨터 오디오 동화상전달등 모든 첨단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게임기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진정한 멀티미디어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인식된다.

국내업체들은 이같은 점때문에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손을 잡고 게임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세가사와, 현대전자는 일본 닌텐도사와 기술협력관계를
맺었다.

금성사는 다국적업체인 3DO사에 아예 지분참여를 하고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들 3사는 내년부터 전략품목을 내놓고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멀티미디어시장 선점을 위한 일대격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제품은 세가사의 "새턴".

새턴은 세가사의 주도로 히타치사 빅터사 야마하사등 4사가 공동개발한
첨단제품이다.

일본에서도 아직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제품이다.

첨단기능을 가진 신제품을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국내시장을 일거에 차지
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의도다.

이제품은 32비트 RISC(명령어축약형)칩 2개를 포함, 9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채용하고 있다.

금성사는 이에대해 3DO게임기로 대응할 계획이다.

32비트의 프로세서를 사용한 이제품은 1천6백70가지 색상을 발생시키고
3천2백가지색을 동시에 표현할수 있어 자연색에 가까운 화질을 구현할수
있는 특징이 있다.

현대전자는 닌텐도의 32비트 게임기 VU를 내년3월께 국내에 판매, 시장경쟁
에 뛰어들 방침이다.

이제품은 특수안경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즐길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3사는 게임기시장참여를 통해 기술습득과 세계멀티미디어시장진출이라는
이중효과를 노리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취약부분인 설계및 소프트웨어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올해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5천6백억달러규모를 형성할 세계게임기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또 컴퓨터가 오락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졌듯이 게임기시장을
선점할 경우 향후 멀티미디어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판단
하고 있다.

VOD(정보주문형비디오)등 일반인들의 생활에 파고들 여러 멀티미디어서비스
에서도 게임 오락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 분명한 만큼 미리 시장에
진입해 터를 닦아 놓자는 계산이다.

물론 3사가 기술제휴형식으로 외국제품을 들여와 국내시장에 판매, 외국
업체의 대리점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팔릴수 있는 게임기를 제작할만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업체로서는 피할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게임기분야가 멀티미디어전반에 걸쳐 많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 국내대학에 관련학과설치를 검토하는등 다양한 지원책
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연간 2백여명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게임기 전문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국내산업발전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에따라 국내게임기산업은 내년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멀티미디어를 차세대주력사업분야로 선정한 3사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올해 2천5백억원규모를 형성한 국내게임기시장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