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렸던 이 쇼는 상대방의
첨단기술을 훔치러온 수많은 정보원들로 마치 스파이전을 방불케하는
현장이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했다.
이 스파이전의 전사들은 중간간부들에서부터 중역,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델 컴퓨터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도 이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그는 전시회가 시작되자 곧 인파속에 휩쓸려 이곳 저곳을 방문,전시된
휴대용 컴퓨터의 메모리카드등에 대해 질문하며 제품의 성능이나 출하
일자,부품및 그의 공급업체등 정보를 빼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91년이후 컴덱스쇼에 참여하지 않아온 컴팩은 올해엔 고참 중역인
앤드루 와트슨을 정보수집요원으로 특파했다.
그는 스웨터에 슬랙스 차림으로 회사배지는 주머니에 넣어둔채 전시회장
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부스를 방문했다.
휴렛팩커드(HP)부스에서 그는 반은 팩시밀리이고 반은 컴퓨터인 제품의
정보공유장치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HP부스의 세일즈 대표인 데보라 바론은 그의 질문을 받고 그
장치가 만들어진 경위와 정보기술의 제공자,HP의 장래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러는 도중 그가 배지를 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느회사
소속인지를 물었다.
다소 솔직한 첩보요원이었던 그는 컴팩사 임원임을 밝혔다.
그러자 바론은 더이상 깊숙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으며 와트슨이 신분을
감춘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전시회장을 통한 정보전에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같은 정보
수집행위가 기업의 전략수립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1년 컴팩의 벤 로센회장은 2명의 요원을 선발해 타회사들이
어떻게 자사보다 컴퓨터를 싼값에 만들수 있는지를 조사하라고 했으며
현장에서 부품을 사서 컴퓨터를 조립해본 결과,컴팩 제조원가의 몇분의
1정도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수 있었다.
컴팩은 이 일이 있은후 최고경영자를 경질했으며 제품전략을 저가정책
으로 전환했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