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들이 뒤늦게 전사적품질관리운동(TQM)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으면서 총체적 품질관리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TQM은 제조부서뿐만 아니라 회사전체차원에서 품질관리를 실천하는 경영
방식이다.

고객 우선주의와 종업원 권한 강화가 핵심 포인트.

TQM은 지난 10여년간 소비자중심의 경제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미국등
여러국가에서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과서 몫을 톡톡이 해왔다.

탄생지인 일본을 포함, 아시아기업의 53% 및 미국기업의 55%가 TQM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TQM을 도입한 유럽기업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유럽업계는 TQM이 일본과 미국에서 획기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동안에도 내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TQM이 유럽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우선 전통적으로 품질을 절대적으로 강조해온 유럽기업들은 새삼 품질개선
을 추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독일에서 특히 심해 지멘스와 폴크스바겐등 몇몇 대기업외에는 TQM을
받아들인 기업은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요인은 TQM이 유럽기업들에게 "관료적"인 경영전략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TQM을 도입하면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야 하고 작성할 보고서 양도
늘어나는데 이는 자율적인 유럽기업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제 TQM이 유럽기업에게 푸대접을 받던 시기는 끝나는 듯하다.

"좁은 의미의 품질관리로는 더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라는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유럽기업들도 회사전체 차원에서 품질을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품질관리포럼(EFQM)총회에는
전에없이 수많은 유럽기업들이 참석, 이 운동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을 반증
했다.

EFQM은 유럽업계에 TQM을 전파시키고 있는 비영리단체이다.

필립스전자의 얀 티머사장은 이 자리에서 "품질은 곧 삶이다"라며 유럽
기업들이 오늘날의 소비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에서뿐 아니라
모든 부서에서 "품질관리"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자동차기업 르노의 루이 슈바이쳐사장도 열렬한 TQM 팬이다.

기회있을 때마다 "전사적 품질관리는 유행처럼 지나가는 여느 경영방식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항구적인 법칙이다"라고 열변을 토한다.

불황의 깊은 늪에서 이제 거의 빠져나온 유럽기업들.

최근 흑자로 속속 돌아서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 고객 중심의 경영에 새삼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역외소비자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도 최근 많은 유럽기업의 손익보고서가
장미빛 일색인 것은 수출의 급속한 증가덕분이다.

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쳐링,벤치마킹등 새로운 경영혁신운동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 "구식"의 일본산기법인 TQM이 유럽에서 어느정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