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49) 제3부 정한론 : 강화도앞바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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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던데요. 만만하지가 않은것 같았어요. 그러나 무기가 우리보다
월등히 떨어지더라구요. 지금이 어느 땐데 화승총 같은 것으로 덤비느냐
말이에요. 대포도 다 형편없는 구식이구요"
"그렇겠지. 쇄국을 고집하고 있으니 그럴수 밖에..."
이노우에는 자기네 일본은 잘도 개국을 했다 싶은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사키항에 도착하자, 이노우에는 전신으로 즉각 해군성의 가와무라
대보에게 보고를 했다.
비밀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식의 보고가 아니라, 아예 그런 지시는 받은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강화도에서 일어났던 표면적인
사실을 전부인양 상세히 전문으로 띄웠다.
그 전문을 받은 가와무라는 곧 외무경인 데라지마에게 보고했고,
데라지마는 또 태정대신인 산조와 우대신 이와쿠라에게 알렸다.
최종적으로 오쿠보에게 그 보고가 들어간 것은 말할것도 없다.
곧 각료회의가 개최되었다.
먼저 데라지마가 조선국의 강화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설명했다.
보고되어 온 전문을 그대로 낭독한 다음, 외무경으로서의 의견을 늘어
놓았다.
조선국측에서 먼저 발포를 했으니, 외교적으로 묵과할수 없는 중대한 문제
라는 것이었다.
오쿠보를 비롯한 산조, 이와쿠라등 일을 모의한 당사자들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분노하는 척하고 있었고, 그런 내막을 전혀
모르는 다른 각료들은 진정으로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데라지마의 말이 끝나자 몇몇 각료가 발언을 했다.
한결같이 모두 묵과할수 없는 일이라고, 조선국의 지금까지의 태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섣불리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이 기회에 조선국을 굴복시켜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2년전의 정한론정변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당시 자기들은 내치파로, 정한파의 주장을 끝내 꺾었던 터이라, 그때와
상반되는 의견을 섣불리 입밖에 낼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듯한 묘한 분위기였다.
그런 기미를 오쿠보가 알아차리지 못할 턱이 없었다.
그는 제일인자답게 서슴없이 말을 꺼냈다.
"가만히 보니까 여러분께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하는 수밖에 없지요. 2년전에 정한론 때문에 정변이 일어나기까지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먼저 분명히 하고
싶어요. 그때는 조선국을 정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오히려 크게
낭패를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짓이었어요. 청나라를 비롯해서 서양세력이
어떻게 나올지 알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반대했던것 아닙니까.
정한론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인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어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었던 것뿐이죠. 그런데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여건은
판이하게 달라졌어요. 이제 조선국 정벌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거의 가능한 일로 바뀌었어요"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4일자).
월등히 떨어지더라구요. 지금이 어느 땐데 화승총 같은 것으로 덤비느냐
말이에요. 대포도 다 형편없는 구식이구요"
"그렇겠지. 쇄국을 고집하고 있으니 그럴수 밖에..."
이노우에는 자기네 일본은 잘도 개국을 했다 싶은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사키항에 도착하자, 이노우에는 전신으로 즉각 해군성의 가와무라
대보에게 보고를 했다.
비밀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식의 보고가 아니라, 아예 그런 지시는 받은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강화도에서 일어났던 표면적인
사실을 전부인양 상세히 전문으로 띄웠다.
그 전문을 받은 가와무라는 곧 외무경인 데라지마에게 보고했고,
데라지마는 또 태정대신인 산조와 우대신 이와쿠라에게 알렸다.
최종적으로 오쿠보에게 그 보고가 들어간 것은 말할것도 없다.
곧 각료회의가 개최되었다.
먼저 데라지마가 조선국의 강화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설명했다.
보고되어 온 전문을 그대로 낭독한 다음, 외무경으로서의 의견을 늘어
놓았다.
조선국측에서 먼저 발포를 했으니, 외교적으로 묵과할수 없는 중대한 문제
라는 것이었다.
오쿠보를 비롯한 산조, 이와쿠라등 일을 모의한 당사자들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분노하는 척하고 있었고, 그런 내막을 전혀
모르는 다른 각료들은 진정으로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데라지마의 말이 끝나자 몇몇 각료가 발언을 했다.
한결같이 모두 묵과할수 없는 일이라고, 조선국의 지금까지의 태도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섣불리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이 기회에 조선국을 굴복시켜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2년전의 정한론정변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당시 자기들은 내치파로, 정한파의 주장을 끝내 꺾었던 터이라, 그때와
상반되는 의견을 섣불리 입밖에 낼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듯한 묘한 분위기였다.
그런 기미를 오쿠보가 알아차리지 못할 턱이 없었다.
그는 제일인자답게 서슴없이 말을 꺼냈다.
"가만히 보니까 여러분께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하는 수밖에 없지요. 2년전에 정한론 때문에 정변이 일어나기까지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먼저 분명히 하고
싶어요. 그때는 조선국을 정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오히려 크게
낭패를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짓이었어요. 청나라를 비롯해서 서양세력이
어떻게 나올지 알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반대했던것 아닙니까.
정한론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인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어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었던 것뿐이죠. 그런데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여건은
판이하게 달라졌어요. 이제 조선국 정벌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거의 가능한 일로 바뀌었어요"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