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17일 이른바 "시드니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 APEC정상회의
참석과 아.태 3국순방을 통해 세계화의 필요성을 절감한때문으로 풀이된다.

개도국간의 경제협력과 선후진국간의 조정역할등 세계가 우리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화를 지향하는,차세대를 위한 장기구상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구체화하는 작업을 착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구상의 계기로 APEC정상회담에서 우리가 2020년까지
무역자유화를 구현하는 개도국그룹에 들어간 것을 예시했다.

"우리의 위상이 강화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김대통령은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출시장의 확대와 투자
증대,그리고 인력교류확대등 세계화밖에는 방법이 없다는데 김대통령의
의지가 모아진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우리의 역량에 대한 세계의 "수요"와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속의 기회라는 "공급"을 세계화를 통해 조화,선진국 진입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평가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날 밝힌 세계화구상은 정부가 그간 추진해 왔던 국제화
와는 그 개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국제화라는 개념이 나라와 나라간의 관계를 발전시켜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라면 세계화는 그 대상을 보다 확대,전세계를
상대로 한다는 폭넓은 개념이라고 규정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세계화를 위한 장기구상과 관련,3가지 과제와 5가지
방침을 제시했다.

우선 과제에서는 문민정부출범후 추진해 온 변화와 개혁의 방향을
국내적 관점이 아닌 세계적 관점으로 돌리며 그 추진속도도 세계의
변화속도에 맞추겠다는 의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 방침제시에서는 전국민적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통령은 세계화구상의 구체적 추진이 결코 졸속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화구상이 현세대가 아닌 차세대를 위한 것인만큼 보다 원대하고
치밀한 구상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정부의 향후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드니구상이 국정운영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 시드니=김기웅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