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민영화는 동유럽 경제재건의 사활이 걸린 중대사였다.

과거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안주해온 기업들에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새주인을 찾아줌으로써 시장경제의 틀에 맞는 자생기업 으로 육성시키는
것이야 말로 동유럽 경제가 직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민영화가 시작된지 5년이 지난 지금 동유럽의 민영화 성적은 어느 정도나
될까.

구소련및 동유럽 25개국의 시장경제이행을 지원해 주고 있는 유럽부흥개발
은행(EBRD)에 따르면 동유럽의 민영화 진척도는 구소련에 비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편이다.

EBRD는 지난달 19일 동유럽의 시장경제 진전상황을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체크 헝가리 폴란드등 동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선진그룹에 속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러시아 키르기스등은 중간그룹, 투르크멘등 기타 구소련국가들은
최하위 그룹에 처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국영기업민영화 <>민간부문의 GDP비율등 6개 항목에 걸쳐
최고점을 4(최하는 1)로 한 4단계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최고
우등생은 역시 체크였다.

94년 6월 기준으로 체크는 6개항목중 민영화등 3개부문에서 서구 수준에
필적하는 4를 기록했다.

체크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기업 민영화에 관한 지표에서도 25개국중
유일하게 최고점인 4를 받았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65%로 25개
조사대상국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크에서는 지난해 이른바 "쿠폰민영화"를 통해 전국민의 60%인 6백만명이
일시에 주주가 됐다.

1인당 1천코루나(1달러=27.50코루나)의 수수료를 내고 주식과 맞바꿀수
있는 쿠폰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투자펀드에 위탁했다.

체크의 쿠폰민영화 대상 기업은 지난 한해만도 9백43개사에 달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3월에 약8백개사가 공표됐다.

지난해 민영화때는 4백50개의 투자펀드가 등장했는데 이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SIS 펀드에만 1백만명이쿠폰을 위탁했다.

SIS는 이 쿠폰을 5백개사의 주식과 맞바꿨는데 이가운데 약2백개사에
대해서는 10% 이상의 주식을 취득, 임원을 파견해 놓고 있다.

그러나 개별 투자펀드의 민영화 기업 주식 취득한도가 20%로 제한돼 있어
진정한 의미의 경영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폴란드 정부 역시 올하반기들어 체크에 필적하는 대규모 민영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약6백개의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은 일정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운용하는 투자펀드의 주를 갖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동유럽의 고민은 민영화 진척도와 "기업효율"은 별개의 문제라는데
있다.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고 국영기업들을 민영화 하기만하면 경쟁력을 갖춘
자생기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 이에 상응하는 "생산성 증가"는
그다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동유럽의 궁극적인 목표가 시장경제의 실현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해서는
민영화된 기업들이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계속 살아남을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유럽의 민영화 작업은 국영기업에서 주식회사로 전환된
기업의 주식을 민간부문에 매각, 양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인이 바뀐 민영화 기업을 어떻게 시장경제체에 걸맞는 자생기업으로
육성시켜 가느냐 하는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는 이제 부터가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 김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