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대통령이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제일 먼저 나선 곳은 자동차
공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였다.

그는 포드자동차회사를 방문,붉은색 무스탕에 앉아보기도 하고 후드도
열어보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소위 빅3로 불리는 GM 포드 크라이슬러등의 중역들과도 만나 미국경제가
이제 번영을 되찾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동차산업이야 말로 미국경제의 자존심이다.

대통령이 디트로이트를 첫 공략지점으로 삼은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다.

자동차산업의 경기회복이 가장 빨라 집권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는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었다.

빅3는 올들어 오랜 시련기에서 벗어나 "품질 향상" "시장점유율 확대"
"이익증가"라는 3악을 만끽하고 있다.

빅3의 지난 2.4분기중 이익은 46억달러,3.4분기는 15억달러,9월중
시장점유율은 73.3%였다. 10월중 판매는 전달에 비해 8.9%나 늘었다.

한해 수십억달러를 날리던 불경기 시절을 생각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제 자동차업계의 고민은 밀려드는 주문을 어떻게 적절히 맞춰주느냐로
바뀌었다.

크라이슬러는 새로 내놓은 네온의 인기가 좋아 딜러들의 성화에 비명
이고, 포드의 새모델 무스탕도 한달은 기다려야 핸들을 잡을수 있을
정도다.

재고도 적정수준의 3분의 1로 뚝 떨어져 있다.

GM의 올스모빌공장장 존 락씨는 "이례적인 일이다. 딜러들이 자동차를
달라고 이렇게 아우성인 때는 처음본다"고 스스로도 놀라워 한다.

지난 80년대 미국차가 일본차에 밀려 안방시장까지 내주며 곤두박질
칠때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미자동차산업이 이러한 호황국면에 이른 요인으로 첫째 철저한
품질관리를 들수있다.

컨슈머스 유니온조사에 따르면 80년의 미국 빅3자동차의 결함률은
1백대당 크라이슬러가 89건,포드가 1백건,GM이 1백9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결함률은 5분의1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둘째는 설비투자의 확대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설비투자를 계속
늘려오고 있다.

85년의 경우 75년 실적의 2배를 넘었고 그 이후 투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셋째는 연구개발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등 첨단산업의 연구개발투자비가 큰폭으로 늘고 있는데도 자동차
업계의 비중 또한 12.4%나 될 정도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따라 미니 밴,컴팩트 스포트 유티리티등 새로운 차가 개발돼
수요를 창조하고 있으며 전자 자동제어 변속기등의 신기술이 속속
실용화 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통적으로 열세인 소형차 시장도 지금은 강세다.

지난해 2만달러이하의 14개 베스트셀러 차종중 빅3 모델이 6개를
차지할 정도이다.

연구분야에서는 또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자동차를 만들수 있는 공정을
설계중이다.

오번 힐스에 새로 지은 크라이슬러의 기술센터에서는 엔지니어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판매및 생산전문가들이 생산라인에 같이 앉아
머리를 짜낸다.

이 결과 크라이슬러는 중형차인 시러스를 30개월도 못걸려 7백50명의
기술진만으로 만들어 냈다.

과거엔 5년 걸려 1천5백명이 해내던 일이었다.

이는 크라이슬러만이 아니다.

지난 91년 GM의 북미영업본부는 불과 한달에 약7억5천만달러의 손실을
본적이 있다.

그후로 이 회사는 원가절감에 나서 대당 2천달러를 절약할수 있었다.

96년도까지는 4천달러가 목표다.

포드의 경우는 여러개의 사업본부를 대폭 정비했다.

이에따라 북미와 유럽공장이 하나의 체제로 개편됐고 5개의 자동차
프로그램센터가 만들어졌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시장세분화에 맞춰지고 있다.

예를 들면 북미지역은 전륜구동형의 토러스,유럽은 CDW27과 같은 소형차
에 치중하는 것이다.

넷째는 노사쟁의가 감소됐다는 점이다.

과거 자동차 수요가 정체되자 빅3는 과감한 인원단축을 단행했고 따라서
노사분쟁도 점차 줄어 들었다.

최근에는 자동차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부족한 일손을 연장근무로
해결하고 있다.

미국내 가동되는 51개 공장중 41개 공장이 오버 타임제를 실시중이다.

이같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급속한 신장은 엔화강세로 일본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의 반격이 만만찮게 준비되고 있다.

도요타는 달러당 90엔까지의 엔고전략을 세웠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값을 올리기보다 이윤을 덜 남기는 시장전략으로
미국차에 맞서고 있다.

또 업체별로 전략차종을 내놓아 시장셰어를 넓혀 간다는 구상이다.

경트럭과 스포트 유티리티등이 대표적이다.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도 미국업체들에는 위협적이다. 혼다는 이미 북미
생산 능력을 20%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같은 일본의 추격에 미국
업체들은 마음을 못놓고 있다.

당장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나 다음 주기가 왔을때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주기를 96,97년께로 잡고 있다.

여기에 대비해서 디트로이트의 구조조정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되찾은 시장을 다시는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