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연극 무용의 장르벽이 무너지면서 공연예술분야에서도 멀티미디어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연예술의 멀티미디어화현상은 연극의 서사구조에 음악 무용 영상등을
결합,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종합예술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종합공연예술 혹은 총체예술은 뮤지컬이나 오페라에서 그 원형을
찾을수 있으나 최근에 공연되는 작품들은 전통적 소재와 형식을 바탕으로
한 원시종합예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서울창무극단의 "유화의 노래", 한국창작가극단의 "하늘에 묻어버린
노래", 국립무용단의 "무천의 아침"등이 장르를 통합한 멀티미디어예술로
눈길을 끌고 있는 작품들.

이들 공연은 장르의 해체 혹은 결합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전통을
현대정서에 접목시킨다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창무극단은 91년부터 판소리에 극적요소와 춤을 더한 창무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대표 오현주씨는 창무극이야말로 한국적 뮤지컬이라고 소개한다.

24~28일 서울동숭동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할 "유화의 노래"(오현주작.
연출)는 고구려건국설화를 소재로 원시시대의 풍습과 제례의식, 노래 춤을
현대감각에 맞게 재창작한 총체극.

연극적 구성에 음악과 무용의 요소를 적극 도입한 이 작품은 주몽설화를
주몽의 어머니 유화 중심으로 구성, 아들을 보호.교육하고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상을 재현한다.

93년 방송음악대상을 수상한 왕준기씨가 30곡의 노래를 작곡했고 한국무용
협회감사인 임관규씨가 안무를 맡았다.

또 전통의상연구가인 허영씨가 고구려벽화를 바탕으로 의상을 제작했다.

한국창작가극단(단장 이종구)은 28~12월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칸타타에 무용과 멀티미디어영상, 연기를 결합시킨 "하늘에 묻어버린
노래"를 공연한다.

동학1백주년 기념작품.

약초를 캐는 돌이와 그를 사랑하는 간난이를 주인공으로 동학운동을
그려본다.

한국창작가극단은 이 작품을 통해 장르통합과 함께 대중음악과 양악
국악의 조화도 시도한다.

인기가수 신효범 고지아 안치환 신용욱씨와 판소리꾼 김학용 조주선씨가
등장하며 수원시립합창단과 한국창작가극단무용단및 관현악단이 출연한다.

"친구"의 작곡가 김민기씨(학전극장대표)가 대본, 한양대교수인 이종구씨가
작곡, 한국예술종합학교강사 김수기씨가 안무를 맡았다.

국립무용단의 서울정도6백년 기념공연작인 "무천의 아침"은 무용이지만
극적요소와 음악의 비중을 높여 총체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상고시대 제천의식인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등
원시제의 과정을 하나로 표현했다.

조흥동국립무용단장이 안무, 구희서씨가 대본, 서울예전교수 김효경씨가
연출을 담당했다.

국립창극단 기악부지휘자인 한상일씨가 음악을 맡아 궁중음악의 절도있고
장중한 장단과 무속장단을 조화시켜 낸다.

한편 10월말 예술의전당무대에 올랐던 "영고"와 9일까지 문예회관대극장
에서 공연된 "칼노래 칼춤" 역시 연극 전통놀이 음악 춤등을 결합한
총체예술작품으로 관객의 발길을 끌었다.

< 권성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