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위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관련법규정비를 계속해오고 있으나 아직 중요
경제관련법규가 미비한데다 공표되지 않은 내부문건을 통한 규제가 많은
실정이다.

또 이미 공표된 법규라하더라도 시행과정에서 통일성과 일관성이
결여돼있다.

행정활동이 법규에 따라 행해지기보다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기업활동에 관한 예측성과 확실성이 미흡하다.

흑룡강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지역에 진출해있는 국내기업들은 행정업무의 비효율성과 번잡성을
현지기업경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즉 신용장 개설도 담보만으로는 안되며 1백10% 현금을 싸들고 가야
해주는 경우가 보통이다.

제품수출후 선적서류를 제시하고 수출대금을 받는데 추심기간이 15~20일
가량 걸린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세관통관업무도 실질적으로는 1주일에 3~4일정도밖에 처리하지 않고
있다.

그것도 5~6차례의 까다로운 관리조직을 거쳐야하는등 절차가 번거롭기
그지없다. 전화개설이나 고장수리등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통신과 수송상의 어려움 때문에 바이어를 놓치거나 납품날짜를 어기는
일도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당이나 정부관계자들과의
인간관계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중도복장공사의 김종철사장의 충고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김사장은 첫째 기업대표가 중국말이 좀 서툴더라도 중간에 통역을 끼우지
말고 직접 관리들과 몸으로 부딪쳐 얼굴을 익히고 둘째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언제나 싱글벙글 웃으며 상대방을 대하라고 말한다.

업무담당자들과 인간적으로 친분을 쌓으면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일이 의외로 쉽게 풀릴수 있다는 조언이다.

노무관리에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이지역 근로자들의 임금은
3백~4백원에 불과해 매우 낮은 편이다.

중국 남부의 연해지역에 비해서도 절반이하 수준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높지 않다.

가발공장의 경우 한국인 근로자 노동생산성의 40~50%에 불과하며 가방
공장의 경우는 60~7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임금에 대한 메리트는
인플레등에 따라 상당히 감소되고 있다.

이들은 또 주어진 일은 대체로 수행하면서도 스스로 잘하려는 의지와
책임의식은 상당히 결여돼있다는게 진출기업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부기업에서는 회사물건을 도난당하는등 회사내 절도행위도 심심치않게
발생한다는 보고이다.

생산성에 따른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도 일을 잘하는 근로자가 오히려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에따라 진출기업들은 엄격한 근무수칙을 정해 위반자는 가차없이
해고하거나 높은 벌과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국인투자가 크게 늘어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높은 임금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철새족들이 급증,효율적으로 인력을 통제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사회간접자본이 빈약한 것도 현지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흑룡강성의 경우 중국 전체 철도길이의 10분의1에 해당하는 철도망을
형성,국내상품교류및 러시아와의 변경무역에 기여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편이다. 도로나 항만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이에따라 현지진출기업들은 투자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국내기업끼리의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해 한지역에 동일업종의
투자는 3~4개 업체정도로 제한하고 진출업체끼리 상호보완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업종의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조정역할을 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흑룡강성의 임금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노동집약적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단순 저임금만을 노린 투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가공수출위주에서 탈피,중국내수시장 공략을 목표로한
전략산업과 이지역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최대한 이용할수 있는 업종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흑룡강성에의 진출은 여전히 희망적이란게 진출업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으로 남북경제관계가 진전돼 청진항을 통한 수송이나 북한을 경유한
육로수송이 가능해질 경우 이지역 진출업체의 성장전망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과의 간접접촉을 통해 앞으로 북한에의 투자진출을 선점할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수 있으며 러시아란 거대시장을 파고들수 있는 전초기지
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