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리스업체중 가장 먼저 해외로 나간 업체는 한국개발리스다.

지난85년 방글라데시에 회사설립자본금의 20%인 1천만타카(2억5천1백만원)
를 투자, 해외진출의 첫테이프를 끊었다.

개발리스가 85년9월 최초의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할때 있었던 국내리스사는
모두 6개. 70년대에 생긴 산업 개발 제일씨티리스와 84년에 설립된 한일
국민리스, 그리고 85년9월에 신설된 부산리스가 전부였다.

당시만해도 국내리스사의 해외진출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국내기업들이 리스자금을 빌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리스회사가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리스회사 입장에서도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적정수준이상의 마진이 국내에서도 보장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편하게 장사하던 때"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현재 리스전업회사는 25개사.
여기에 리스영업을 부분적으로 하고있는 종합금융회사와 기술금융회사를
합치면 40개사가 넘는다.

리스사들이 이처럼 늘어나다보니 경쟁도 자연 치열해졌다. 부도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기업에 대해서는 10여개이상의 리스사들이 입찰경쟁을
벌이고있다.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리스입찰은 경쟁률이 더욱 높아진다. 리스사들이
받게되는 마진폭도 그만큼 내려갈수밖에 없다.

금융환경도 많이 변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가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자금을 빌릴수 있는만큼 최대한 돈을 끌어오는데 기업들이
급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달비용을 따지고 있다.

리스업체들은 동종업계내에서 뿐만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자율화에 의한 자금조달비용상승도 무시할수 없다.

금리가 자유화되면서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계속 줄어들고있다.

내부수익률(IRR)개념으로 0.5%의 마진만 따내도 "괜찮은 거래"라는 말이
리스업계내에서 나올 정도로 마진이 줄어들었다.

2,3년전만해도 2%이상의 마진을 본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리스업체들의 해외진출이 90년대들어 본격화된 것도 이같은 국내영업
환경악화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 장사가 안되다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90년 개발리스와 기업리스가 해외현지법인을 두면서 국내리스에서 모두
6개사의 해외진출봇물이 터졌다. 91년 산업 개발 한일 국민리스등 4개
리스사가 6개사의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92년에는 개발리스,93년에는 한일리스가 각각 1개의 해외자회사를 뒀다.
올해 들어서는 개발리스 기업리스가 이미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또 산업 한미 외환 광은 조흥 한일리스등이 해외진출신청서를 재무부에
제출해 놓고있다. 이밖에 많은 리스사들이 해외진출을 검토하고있다.

국내리스사들이 진출한 곳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이다.
동남아 금융시장거점인 홍콩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베트남등 아시아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다. 개발수요로 자금이 부족하고
금리도 높다. 리스사들은 국내에서 보다는 상대적으로 해외에서 높은
마진을 챙기고 있다.

리스업체들의 해외진출은 리스산업뿐만 아니라 전체산업의 국제화에도
기여한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에 리스를 통해 생산설비 등을
공급할수 있다.

임금상승을 이유로 동남아 중국등에 진출한 기업들이 리스업체의 지원
으로 손쉽게 공장을 꾸려갈수 있게된다.

국내산업구조조정으로 사양화되고있는 산업설비를 리스방식으로 외국
업체에 제공할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노동집약적 경공업분야에서 사용되고있는 기계설비들은 리스계약이
만료되거나 중도해약된 이후 대부분 폐기처분돼왔다.

동남아지역에서 활발히 성장하고있는 경공업분야 기업들에 리스방식으로
중고기계를 효과적으로 소화시킬수있다. 물론 리스업체들의 해외진출에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국내경쟁에 못이겨 너나없이 해외로 빠지다보면 국내업체간 경쟁이
해외로 옮겨갈수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국내업체들간 경쟁이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달비용의 상승도 우려되고있다.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대거 진출해
자금을 빌릴 경우 조달코스트는 올라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특정국가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한꺼번에
몰려나와 자금을 구할경우 금리는 오른다.

국가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어 이처럼 많은 업체가 돈을 구하러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된다. 물론 해외법인설립만이 리스산업의
국제화는 아니다.

국내리스회사가 외국의 리스이용자와 직접 리스계약을 체결하는
해외리스거래도 국제업무이다.

아직까지는 법적 세무적 제약과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국제리스거래가
성사된 것은 없으나 많은 리스사가 도입을 검토중이다.

올해부터 허용된 일부 외환업무도 국제화의 진전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7월 개발 산업 한일등 11개 리스회사가 외국환업무 지정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따라 일부 리스사들은 해외에서 외화를 직접 차입할수 있게됐다.
해외에서 외화자금 직접 차입은 리스자금조달업무의 국제화를 뜻한다.

크로스보더(월경)리스등 국제리스거래도 외국환업무를 취급해야
가능하다.

국내업체들의 국제화수준은 아직까지 초보단계에 머물고있다.

국내리스사가 설립한 현지법인들 대부분이 납입자본금 5백만달러에
못미치는 소규모다. 본격적인 리스영업을 하기보다는 진출국가의
금융환경을 익히기에 바쁘다.

올해 허용된 외국환업무 역시 리스외화자금의 차입에 한정돼있다.
국내경제 개방과 함께 리스산업의 국제경쟁도 치열해진다.

개방의 파고에 맞서 능동적으로 대처할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키우기위해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할 때라고 리스관계자들은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