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야할 외국선박회사가 사라져 배상받을 길이 막막해졌어요"
지난 91년 2월 파나마국적선박의 침몰로 유출된 기름때문에 어장을 망친
충남 태안군 일대 어민 8백23명이 이 선박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3년만에 승소했으나 회사가 잠적하는 바람에 배상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충남 태안군 방갈어촌계,의향2구어촌계,소원어촌계,파도어촌계,가의도
어촌계소속인 이들 어민들은 27일 서울민사지법 합의21부(재판장 손기식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손해배상소송선고에서 "선박침몰로 기름을 유출
시킨 브라이트씨웨이 홀딩스 에스에이사(국적 파나마)는 15억4천여만원
을 지급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어민들은 사고당시 국제선박공제조합이 법원에 공탁해둔
8억4천여만원만 지급받을 수 있을 뿐 나머지 7억여원은 피고회사의
잠적으로 고스란히 날리게 된 것이다.
굴과 바지락,전복을 따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민들에게는 너무나
큰 돈.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91년 2월21일 오전 7시 10분경. 당시 파나마
국적인 피고회사소속 퍼시틱 프렌드호가 말레지아 탄종항에서 원목6천
2백톤을 싣고 인천항으로 오던중 충남 태안군 소원면 정자도 북서방
해상에서 폭풍우에 휩쓸려 침몰했다.
이 사고로 선박의 연료인 벙커C유 1백55톤과 경유44톤이 유출됐고
태안군 일대 어장 수십만 헥타르가 오염됐다.
오염피해를 입은 후 어민들은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등 법적인
대응을 해나갔다.
그러나 사고후 피고회사의 주소지로 법원이 소장을 송달하는등 소송에
응해줄 것을 수소문했으나 전혀 회신이 없었다.
"배가 침몰하지만 않았으면 배를 압류,돈을 받아낼 수 있으나 배가
침몰하고 주소지도 불명이어서 공탁금외의 승소액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 안타깝다"고 담당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선박이 폭풍우를 피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해 피해를
입힌점이 인정된다"고 밝힌 뒤 "사고후 1년간을 피해기간으로 정했으며
굴은 1헥타르당 95만여원,전복은 1헥타르당 8백1만여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감정했다"고 설명했다.
<고기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