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북한방문을 추진하는 가운데 북측이 방북희망기업들
에게 거액의 커미션을 요구,이의 대응방법을 놓고 재계가 고심하고있다.

20일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주)대우등 7대종합무역상사들에 따르면
북.미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남한의 대기업들이 북한방문을 서두르자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기존 방북초청장의 효력여부와 연계,
방북의 전제조건으로 최고 1억달러까지 요구하고 있다는것이다.

북한측은 북경의 남한기업 접촉창구인 고려민족산업발전협의회(약칭
고민협)를 통해 3-4년전에 발부된 초청장중 일부가 조직폐지및 초청인사
교체등으로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신규 발급및 경신을 위한 커미션으로
최저 1백만달러에서 최고 1억달러까지 요구하고 있다는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반드시 초청자의 서명문건"만을 방북제출서류로 인정
하자 북한측은 이를 악용,도장이 찍힌 초청장을 서명으로 바꾸는 과정
에서 상당액의 커미션을 바라고 있다는것이다.

이와관련,한 그룹의 회장은 최근 북한과의 커미션 수수가 <>국익을
저해하고 <>그룹사들간의 북한진출과 관련한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면서
"업계가 공동대처해야할것"을 말했다.

그는 "일단 거액의 커미션을 줄 경우 북한이 다른 거래에서도 커미션
받는 것을 관례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당 기업들이 북한의 커미션
요구를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실명제하에서 거액의 커미션을 내부적으로 회계처리도 불가능
하지만 이같은 거액을 주면서 남북경협을 추진하는것은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맞지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에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대북진출이 각 기업마다 극비리에 추진되고 있는데다 개별적으로
북한과 접촉, 이의 공동대응이 어려울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만일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북한진출에 조급한
나머지 커미션을 은밀하게 지급할 경우 앞으로 대북경협에 상당한 문제
가 발생할것"이라면서 "이 부분에 정부당국이 적극 개입,명확한 대북
접촉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경의 북한접촉창구인 고민협등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방북초청장을 받은 기업은 현대 삼성 대우등 모두 38건이라고 통일원은
밝혔다.

이들 기업들은 그동안 홍콩및 일본 재미교포등 제3자를 거쳐를 대북
접촉을 시도해왔으나 지난해말부터 국내 기업의 대부분은 북경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북한측과 접촉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