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치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7월 남과 북이 김일성주석 사망전 정상회담을 추진할때처럼 남북경협
재료를 놓고 주가가 단기급등했다 급락한 경우가 많아 재료로서 신선미를
잃고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중구난방식으로 사업추진계획들을 세웠으나 수익성은
물론 실현여부조차 불투명해 일반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
이기도 하다.
남북경제협력이라는 사안이 워낙 광범위하면서 동시에 중장기적이고
정치적인 변수등 고려해야될 사항이 많다는게 근본적인 이유다.
그러나 북한이 더이상 고립적인 사회주의를 고수할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어 개방의 길로 나설수 밖에 없고 다른 세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한국기업들 입장에서는 남북경협이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북한의 산업발전수준이나 제도적인 정비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협력이
확대돼 나갈 가능성이 높다.
우선 40억달러(3조2천여억원)가량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의 경수로건설지원등과 관련해서 한전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 대우 동아건설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원전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업체는 수익성보다는 북한내에서 처음으로
건설경험을 쌓아 향후 확대될 북한의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참여하는데
유리한 입장에 서게될 전망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기업들이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
경제연구소관계자들은 일단 북한의 기존설비와 저임금노동력을 활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위탁가공무역의 성과가 가장 확실할 것이라는 의견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
원재료를 주고 가방 양말 양복등의 제품을 생산한 경험이 있는 코오롱상사
등 한국과 일본기업들은 북한의 노동의 질이 우수해 제품을 유럽등지로
수출하는데 하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회주의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하는데 따른 부담을
피할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노동집약산업과 자원개발등의 분야에 투자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기업들은 섬유 봉재 의류 침구 방적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많이 추진하고 있다.
또 북한의 자원을 활용한 아연 연탄 시멘트등의 분야와 수산물가공분야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도 많다.
술과 신덕샘물등도 북한의 주요생산품중 하나로 국내관련기업들도
생수 소주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기업중 공해산업으로 분류된 공장을 북한에 설치한 경우도 있으나
이같은 1차산업이나 노동집약산업이 활성화된 후에 화학이나 중공업분야
진출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북한경제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또 북한내의 수요가 한정돼 있고 개방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일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백화점이라든가 유통업분야 투자가 성과를
거두기에는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이들 분야의 수요는 외국인
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조총련계기업이 북한에 백화점으로 세운 낙원상사도 별로 성과를 못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직간접투자에서는 노동자관리문제와 제도정비등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한창수선임연구원은 이때문에 주로 조총련계인 일본
기업들도 북한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지난 78년부터 개방정책을
편 중국의 경우도 아직 제도상 미비점이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의 수요와 지불능력에 한계가 있어 북한을 상대로한 교역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투자의 성과가 드러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려 막연한 재료를 단기적인 투자에 반영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제협력이 계속될수록 기업들에게는 다양한 가능성과 성장의
기회가 부여되므로 각 기업들의 성과와 실적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지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