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경제성장과 박탈감 .. 이정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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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 ####
지존파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보고 모든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못하였다.
그러나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하여 주요 일간신문에 대서특필된 사회
저명인사들의 진단과 처방은 재미있을 정도로 가지각색이었다.
지존파는 정신병자들이고 또한 그런 정신병자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으므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기관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불로소득을 없애고 금융산업을 자율화하며 이자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생명중시 도덕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사회의 중.저소득계층에 상대적 박탈감 혹은 상대적
빈곤감이 팽배해 있고 이것이 그런 끔찍한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큰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같다.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빠른 경제성장에 비해서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그리 크지않은 나라로 꼽힌다.
통계상으로도 소득분배의 불평등지수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그리
높지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저소득계층의 상대적 빈곤감, 혹은 더
강하게 표현해서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큰데에는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상대적 빈곤감 혹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주로 사회의 어느 계층과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구멍가게 사장과 비교하는가,또는 재벌총수와 비교하는가
에 따라 실제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나게 다를것은 뻔하다.
비교대상이 되는 계층이 높을수록 상대적 박탈감의 정도는 더 커질
것이다.
대체로 보면 안정된 사회에서는 주비교대상이 되는 계층이 그리 멀지
않은 계층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경우 중.저소득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와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게 되는 계층은 주로 바로위나 바로아래 계층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 나라는 어떤가.
아마도 우리 나라의 경우 중.저소득계층의 사람들이 비교대상으로 삼는
계층의 범위가 안정된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넓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몇 십년 우리 사회는 일제통치,해방,6.25전쟁등 사회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각종 큰 사태들을 겪었다.
이런 큰 사태들은 사회의 모든 계층들을 뒤엉키게 만든다.
예를 들면 6.25전쟁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똑 같이 피란생활을
하다보니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의 내막을 가까운 거리에서 넘볼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수차례의 정변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제까지 같은 처지에 뻔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벼락 출세하는 꼴을 자주 보게 만들었다.
이 결과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와 구체적으로 비교해보는 계층이
점차 높아졌고 따라서 상대적 빈곤감내지는 박탈감도 증폭되었다.
이런 대형 사회변동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급속한 경제성장 그 자체도
중.저소득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는 주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경제성장,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은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원들이 신속하게 이동하는 과정을 포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능력있고 경쟁심이 강한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뒤에 처지게 됨은 치열한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뒤에 처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경쟁에서 앞서 나간 사람들과
비교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비교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런
일이다.
경제성장이 빠를수록 앞서 나간 사람들과 뒤에 처진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빨리 벌어질 것이다.
또한 경제성장이 빠를수록 뒤에 처진 사람들에게는 이 격차가 더욱 더
생생하고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격차가 크면 클수록,그리고 이격차가 생생하고 생경하게 느껴질수록
자신과 비교해볼 계층의 폭이 넓어질 것이며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도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빠른 경제성장은 사회구성원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평균 3%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면 자식세대의 소득이 부모세대의
소득의 두배정도가 된다.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이던 시대에 살던 부모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풍토에서 자란 자식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연간 10%에 가까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어왔으니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는 고사하고 같은 세대안에서도 가치관의 갈등이 있으리라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요즈음에는 대학원 고학년학생이 대학신입생과 대화하기가 힘들다고
하는 판국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빠른 경제성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든 이제 우리는 고도 경제성장 때문에 치러야 할 여러가지 대가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
지존파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보고 모든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못하였다.
그러나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하여 주요 일간신문에 대서특필된 사회
저명인사들의 진단과 처방은 재미있을 정도로 가지각색이었다.
지존파는 정신병자들이고 또한 그런 정신병자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으므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기관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불로소득을 없애고 금융산업을 자율화하며 이자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생명중시 도덕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사회의 중.저소득계층에 상대적 박탈감 혹은 상대적
빈곤감이 팽배해 있고 이것이 그런 끔찍한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큰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같다.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빠른 경제성장에 비해서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그리 크지않은 나라로 꼽힌다.
통계상으로도 소득분배의 불평등지수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그리
높지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저소득계층의 상대적 빈곤감, 혹은 더
강하게 표현해서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큰데에는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상대적 빈곤감 혹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주로 사회의 어느 계층과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구멍가게 사장과 비교하는가,또는 재벌총수와 비교하는가
에 따라 실제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나게 다를것은 뻔하다.
비교대상이 되는 계층이 높을수록 상대적 박탈감의 정도는 더 커질
것이다.
대체로 보면 안정된 사회에서는 주비교대상이 되는 계층이 그리 멀지
않은 계층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경우 중.저소득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와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게 되는 계층은 주로 바로위나 바로아래 계층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 나라는 어떤가.
아마도 우리 나라의 경우 중.저소득계층의 사람들이 비교대상으로 삼는
계층의 범위가 안정된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넓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몇 십년 우리 사회는 일제통치,해방,6.25전쟁등 사회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각종 큰 사태들을 겪었다.
이런 큰 사태들은 사회의 모든 계층들을 뒤엉키게 만든다.
예를 들면 6.25전쟁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똑 같이 피란생활을
하다보니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의 내막을 가까운 거리에서 넘볼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수차례의 정변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제까지 같은 처지에 뻔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벼락 출세하는 꼴을 자주 보게 만들었다.
이 결과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와 구체적으로 비교해보는 계층이
점차 높아졌고 따라서 상대적 빈곤감내지는 박탈감도 증폭되었다.
이런 대형 사회변동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급속한 경제성장 그 자체도
중.저소득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는 주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경제성장,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은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자원들이 신속하게 이동하는 과정을 포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능력있고 경쟁심이 강한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뒤에 처지게 됨은 치열한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뒤에 처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경쟁에서 앞서 나간 사람들과
비교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비교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런
일이다.
경제성장이 빠를수록 앞서 나간 사람들과 뒤에 처진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빨리 벌어질 것이다.
또한 경제성장이 빠를수록 뒤에 처진 사람들에게는 이 격차가 더욱 더
생생하고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다.
격차가 크면 클수록,그리고 이격차가 생생하고 생경하게 느껴질수록
자신과 비교해볼 계층의 폭이 넓어질 것이며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도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빠른 경제성장은 사회구성원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평균 3%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면 자식세대의 소득이 부모세대의
소득의 두배정도가 된다.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이던 시대에 살던 부모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풍토에서 자란 자식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연간 10%에 가까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어왔으니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는 고사하고 같은 세대안에서도 가치관의 갈등이 있으리라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요즈음에는 대학원 고학년학생이 대학신입생과 대화하기가 힘들다고
하는 판국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빠른 경제성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든 이제 우리는 고도 경제성장 때문에 치러야 할 여러가지 대가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