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희자씨(46)는 시를 쓰는 것처럼 그림을 그린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식과 장식을 최대한 버리고 정화된 색과
형태로 표현하려한다.

20일~11월3일 서울청담동 수목화랑(518-5884)에서 열리는 김씨의
개인전에는 이같은 작가의 시상이 반영된,명상적인 작품들이 선보인다.

"각박한 생활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편견을 갖고 사물을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제작품의 의도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사물의
모습을 깨어있는 의식으로 바라보고 음미하자는 것입니다"

김씨는 "더불어 공감할수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번전시가 자연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수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출품작은 "끝없는 밤의 숲" "상념의 시원" "바람을 본다" "공허의
늪에서"등 "공허와 관조"를 주제로 한 20여점.

평원,산들과 잔잔한 연못등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고있는 이들작품들은
중앙에 공백을 내 그림자효과를 낸것이 특징.

회화와 조각의 구분을 희미하게하는 이들작품들은 배경에 대한 개념이
없어짐으로써 주제의 감각적 호소력이 고조되고 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작품의 공백은 "없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
무엇"을 표현하기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하고 "공백으로 생기는 그림자는
"빛"이라는 조건에 의해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사각형이 아닌 자유로운 형태의 캔버스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 김씨는 또 "앞으로 색다른 소재를 도입,퍼포먼스를 동원한
작업을 해보겠다"고 덧붙인다.

김씨는 서울대회화과와 성신여대대학원판화과를 졸업했으며 미국뉴욕
월터 위카이저갤러리의 전속작가로 국내외에서 여섯차례의 개인전을
갖는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

< 신재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