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환경"기술이 멀티미디어의 핵심기술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멀티미디어는 물리적인 제한을 뛰어넘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기술은 멀티미디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가상현실기술은 단순한 게임이나 오락의 차원이 아닌 멀티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환경전체을 일컫는 말로 자리잡고 있다.

미 선 마이크로시스템은 가상현실을 작은 밀착안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버추얼 포탈"이라고 하는 가상 현실 환경에 대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멀티미디어를 생활 곳곳에 스며들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가상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수단이었던 답답한 밀착안경과
머리에 둘러쓰는 헤드마운트 장비없이도 가상 현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 마이크로시스템은 우선 "가상 홀로그래픽 워크 스테이션"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상에서 3차원 입체 영상을 제공해준다.

아무런 추가 장비가 필요없이 사용자들은 화면에서 입체 영상을 느낄 수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밥 피어슨 이사(47.워크스테이션 담당)는 "가상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경험한 것과 같은 지식의 축적과 정보의 교류를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가상현실을 컴퓨터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환경을 통해 컴퓨터와 대화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음성인식기술, 즉
각적인 컴퓨터의 3차원 영상 구현 기능등을 전제로 한다.

가상현실기술은 대학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늘어나는 학생들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지자 내년부터 가상대학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대학은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학생들이 집과 사무실에서도 강의실
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처럼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나의 강좌가 여려 곳에 흩어져 있는 가상현실 강의실에서 동시에 진행
되며 학생들은 아무때나 교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

가상현실 강의실이라는 개념에는 집안에 있는 멀티PC도 포함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은 이같은 가상대학 시스템을 주변 기업과 학교등과
연결시켜 "가상사회"라는 또 하나의 인공 지역사회를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IBM은 가상사회 건설을 위해 최근 "가상
병원"건설에 들어갔다.

가상 병원이 건설되면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가진 부모는 특별히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모니터로 아이들의 체온과 혈구수등 증상을
병원에 알려줄 수 있다.

또 동화상으로 된 의료정보를 조회해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등은 받을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은 이미 "가상 도서관" 운영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기숙사나 자신의 집, 구내 서점등에 있는 멀티PC를 이용해
도서관의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서적을 검색하고 조회하는 차원이 아닌 원문 자료 전체를 멀티PC를
이용해 뽑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전통적인 도서관에 대한 이용율보다 가상현실 도서관의 이용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가상현실기술을 게임에 이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아왔던 일 세가사도 최근
가상현실기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요코하마시에 "버추얼 랜드"라고 하는 대형 가상현실 오락공원을
개장한 세가는 최근 가상현실을 오락뿐만 아니라 원거리 교육 직업훈련
비디오 전자우편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상현실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