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도 무안하게 만드는 불친절,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로 상징돼온
병원들이 대형병원의 증가와 의료시장개방이라는 변화속에 서비스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변화의 도화선이 된것은 대기업을 등에 업은 대형병원의 등장이다.

삼성생명이 운영하는 삼성의료원이 이달초 개원한데 이어 지난 12일 현대
그룹의 아산재단서울중앙병원이 1,150병상의 동관을 증축, 기존의 서관과
함께 2,200병상의 국내최대병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서울은 아니지만 대우그룹이 후원하는 아주대병원도 850병상의 경기도내
유일한 3차병원으로 지난달 수원에서 개원했다.

환자서비스위주의 의료시스템구현을 내세운 이들 병원은 우선 환자나
보호자가 검사받거나 약타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의료원은 임상병리검체자동처리시스템등 진료전부문에 자동화 전산화를
도입했으며 서울중앙병원은 투약대기시간이 10분이내가 되도록 약국을
진료과별로 운영하고 과별로 수납및 예약을 하는 "분산원무창구제"를 실시
하고 있다.

병원내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병원생활권"을 형성하는등 경쟁적으로
부대시설에 신경을 쓴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삼성의료원은 모든 6인실마다 2개의 화장실과 1개의 샤워실 방문객면담장소
를 두고 층마다 휴게실이 있으며 소아과에는 어린이놀이방도 설치했다.

또 병원건물지하에 식당가 24시간편의점 선물가게등을 운영한다.

중앙병원역시 경쟁적으로 신축동관지하에 식당가 일용품가게등 병원생활권
을 만들어 놓았다.

여러 병원이 성공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삼성의료원의 전인간호와 보호자
없는 병원제도도 대단히 획기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의료의 본질적인 면에서도 이들 병원은 국내유수의 대학병원들을 앞서는
의사진과 간호사등을 비롯 최첨단진단치료기기 전문센터와 특수클리닉을
중심으로 한 초전문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3차병원은 모두 같은 요금을 적용받는 현행 의료보험제도아래서
낙후한 시설의 다른 병원과 똑같은 입원비 검사비 약값을 받고 당초의
의욕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이에 대해 민병철중앙병원원장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업을 할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의료원측도 시설비만 4,000억원을 투자했는데 하루입원비가 1만
4,000원인 의료보험제도하에서 경영수지를 맞춰 병원을 운영할수는 없다며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이들 병원이 처음에 내세운대로 환자위주의 의료서비스를 구현할 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국내병원계가 "근대의학 도입이후 최대의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서정돈서울대의대교수) 것만은 사실이라고 하겠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