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상국씨(47)는 나무 산등 평범한 소재를 화폭에 담는다.

하지만 소재자체가 아닌,소재의 본질을 통해 우리의 삶, 감정, 정서를
표출시키고 있다.

즉 산이나 나무의 풍경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 삶의 여러
의미들을 깔아 놓은 내면의 풍경인 것.

12-21일 서울관훈동 가나화랑(733-4545)에서 열리는 이씨의 개인전은
이같이 추상화를 방불케하는 절제된 작품들로 이뤄진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같이 얘기할수 있는, 공감대형성을 이룰수 있도록
자연의 대상을 해체, 재구성해 봤습니다. ''자연''을 주제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즐거움을 줄수있는 표현을 하고 싶었지요"

이씨는 서울대회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은 이번이 아홉번째이다.

출품작은 "흰산" "홍제동에서" "나무" "인왕산"등 자연시리즈와 1년간
영국에 체류하면서 그린 "웨일즈의 사계"등 40여점.

거의 추상화된 형태는 무게와 율동이 섞인채 내적생명감이 충만해있다.

역동적인 짜임새로 엄숙과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색채역시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한다.

토막토막 마디로 이어지는 산의 골격이나 나목의 가지들은 응축된 에너지의
폭발할 것같은 내면의 기운을, 싱싱한 시각적 충만감을 주고 있다.

나무와 산이 그자체로만 독립해 있는 것이기보다는 그를 빌어 시대의식과
실존적감성, 삶의 의미들을 담은 모습인 것.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홍제동화실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7시까지 창작에
전념하는 이씨는 "그림을 계속 그릴수 있다는 자체에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밝힌다.

풍경을 스케치한 것과 사진을 토대로 조형적인 화면을 구성한다는 이씨는
"지난1년간 영국에 체류하면서 유럽곳곳을 여행하는 동안 감흥을 받은
이색적인 풍경은 화폭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여행을 통해 잊어버렸던 색감도 깨우치게되는등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
고.

이씨는 전시가 끝나면 시간을 두고 "''삶의 배경''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다뤄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특히 인물화에 비중을 두겠다고 덧붙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