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서제, 고구려의 당에 까지 그 기원을 더듬어 갈 수있는 서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존속되어온 초등사설교육기관이다.

대개 7~8세에 입학하여 15~16세에 마치는 것이 보통이었고 일제때는
네댓살때 들어가 유치원에 가기전까지 유아원의 역할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서당에서는 유학의 기초교재인 "천자문" "동문서습" "명심보감" "통감"및
사서삼경과 부교재격인 "사기" "당송문" "당율"등을 강독했다는데 대개는
"통감"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중 "명심보감"은 "천자문"과 "동몽선습"을 떼고 나서 배우는 기초교과
과정의 어린이용 교재였다.

"명심보감"은 원래 명나라의 범입본이 중국고전에서 선현들의 금언.명구를
모아 19편으로 나누어 편찬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고려 충렬왕때 문신인
추적에 의해 "명심보감초"(2권1책)로, 재편찬된 책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이름에서 "명심"이란 명륜 명도와 같이 마음을 밝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보감"은 보물과 같은 거울로서의 교본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착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으로써 이에 보답하고, 악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재앙으로써 이에 보답한다"

공자의 말로 시작되는 단선편에 이어 천명편은 선행을 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천도를 천명했다.

순명편은 분수에 맞게 살것을 강조했고 효행편에서는 부모의 온덕과
자식의 도리를 밝히고 있다.

정기편에서는 감정을 통제해서 청렴하고 담백한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책의 3분의1을 차지해 핵심이랄수 있는 성심편에서는 보화보다는 충효를
중시하고 평소 자신을 절제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것을 권한 명언
명구들을 모아 놓았다.

자기를 반성하여 인간본연의 양심을 보존함으로써 숭고한 인격을 도야
하도록 하기 위해 엮어 놓은 "명심보감"은 고려말 조선조이후 가정이나
서당에서 아동들의 기본교재로 수백년동안 쓰여오면서 민족의 가치관 형성의
일익을 담당해온 셈이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도덕적혼돈을 극복하는데 대학이 앞장선다는 취지에서
고려대가 "바른교육 큰사람만들기 위한 교육선언"을 하고 나섰다.

그 내용중 내년부터 "명심보감"을 정규 교양과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배우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겠지만 옛날 어린이용 교과서를
요즘 대학생들이 다시 배워야할 만큼 한국사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생각이 얼핏들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