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주요 경쟁상대국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분석은 결코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최근에만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후발개도국에도 떨어진다고 지적해 우리에게 충격을
준바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에서도 우리의 경쟁력
열세를 확인시켜 주는 대동소이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물론 이런 유의 보고서란 조사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수 있다.

IMD와는 정반대로 한국을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국가로 평가한 스위스
유니언뱅크의 최근 보고서를 엉터리라고 일축할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KIET의 보고서에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새정부출범후 우리의 국가경영목표가 온통 경쟁력에 모아지고 있음에
비추어 이러한 보고서가 주는 반성의 계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당국자들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여러 보고서들이 공통적으로
경쟁력창출요인에서의 열위와 정부의 낮은 경쟁력을 재도약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IET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경쟁력은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태국등 동남아국가들에도 뒤져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또 세계 5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은 미.일등
선진국의 3분의1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은 500대기업에 개도국중 가장 많은 10개사가 포함돼
있을 뿐더러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분석을 놓고 볼때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약한 것은 형편없는 정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경쟁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제 정부는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경쟁력강화 노력이 공염불로 끝나고 마는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
보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규제완화에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개선이 더딘 이유는 무엇인지, 정부예산은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공기업민영화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지나치게
비대한 관료조직이 행정의 비효율성을 야기하지나 않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기업 역시 체질개선과 구조조정 국제화등을 통한 경쟁력강화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

경영면에서는 기술개발및 끊임없는 자기변신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하고 생산면에서는 지식및 기술의 집약화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확대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