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노인들, 졸지에 입주금을 날려버리고 길거리로 쫓겨나는 알거지
신세가 되다"

지난 80년 도쿄 교외의 공기좋고 물좋은 산자락에 자리잡은 모 실버타운
이 도산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각 언론이 톱으로 다룬 기사제목이다.

이 실버타운이 졸딱 망한 이유는 이렇다.

우선 실버타운 운영경험이 전혀 없는 개인이 실버타운을 떼돈 버는
사업으로 인식, 무작정 뛰어든데 있다.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땅과 은행돈을빌려 호화시설을 갖췄던 것.

또 위치를 동네와 뚝 떨어져 외진 곳에 잡았으니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노인들에게는 "창살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입주만 시켜놓고 적적한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개발에도 신경을
안썼으니 노인들이 몰리기는 커녕 들어온 노인도 외로움을 못견뎌
나갈 지경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실버타운 민간운영자들은 사단법인 전국유료노인홈협회
를 조직, 회원들의 건전한 사업운영을 도모하고 있다.

또 공제제도도 마련, 입주자들이 선택적으로 가입하면 실버타운 도산시
1인당 5백만엔씩 배상하고 있다.

가입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8월말 현재 유료노인홈협회에 가입한 회원은
2백44개소에 입주노인은 2만4천2백76명이다.

평균입주율은 78%. 건설중인 업체가 35개소이고 허가받은 것까지 합치면
5년안에 70-80개가 더 개원한다.

하세가와 쓰도모 유료노인홈협회장은 "지난 60년대에는 사회복지법인및
재단법인 종교법인이 실버타운을 운영했으나 70년대이후 실버 비즈니스
로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현재는 주식회사가 대부분이며
특히 보험사 건설사 대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형태별로 보면 대도시내나 주변에 자리한 도시형과 도시근교형이
70%를 넘고 나머지가 휴양지형이나 전원(농촌)형이다.

그만큼 땅값이 비싼 곳에 자리잡아 입주금이 높아도 노인들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함께 살기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토지비용 때문에 식당 오락실 의료실등 공용면적이 도시형은 30%, 도시
근교형 45%, 휴양지형이나 전원형은 50%로 도시 밖으로 나갈 수록 공용
시설비율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와세다대학 사가자 하루오교수(노인학)는 "도시에 있는 실버타운은
소규모로 적은 인원을 받아도 되지만 멀리 떨어진 전원형은 되도록
입주실을 최소한 2백실이상은 지어 노인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하면 흔히 골프장과 펼쳐진 초원등 무릉도원 같은 풍경을
연상하게 된다.

그렇지만 땅값이 비싼 일본에선 미국이나 호주등과는 달리 골프장을
부대시설로 운영하는 실버타운은 한 군데도 없다.

우리나라 도고온천에다 해운대를 합쳐놓은 듯한 하코네 온천관광지의
아다미해안에는 휴양지형 실버타운이 16개나 있다.

입주금이 5천만-1억원엔일 정도로 호화별장시설을 갖췄어도 이들
시설의 입주율은 90%를 넘는다.

여기 입주자들은 대개 도쿄 근처 도시형 실버타운도 가진 "1가구
2실버타운"의 상류층들이다.

도시에 살다가 지겨우면 머리도 식히고 실버타운 근처에서 골프를 칠겸
아다미를 찾는다. 일본에는 실버타운 입주자 모집및 계약방법에 법적
제한은 없다.

80%가 입주금과 관리비(다달이 또는 한꺼번에)를 받고 중간퇴소시
입주금 일부를 돌려주는 종신이용권형을 택하고 있다.

분양권형과 회원권형은 일본 노인들에게그다지 인기가 없다.

자신이 죽은 다음에 재산이 남아서 뭐 하겠냐는 가족개인주의 사고가
박혀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유료노인홈협회가 입주자 8백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주금
조달방법에 대한 설문조사(복수응답)에서 <>부동산매각 62%<>은행예금이
60%<>유가증권매각 16%<>퇴직금 10%<>보험금등 기타가 5%를 차지했다.

<도쿄=정구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