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가 변하고 있다.

컴퓨터 영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살라토에 있는 ILM사.

유명한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세운 멀티미디어 영화제작사.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카메라보다는 컴퓨터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화려한 조명이 필요없다. 야외촬영도 안 나간다. 멀티미디어 컴퓨터로
충분하다"

ILM사의 브래드 디그라프 감독(42 디지털미디어 제작부)이 주변을 둘러보는
기자에게 내뱉은 첫 마디다.

촬영기사대신 엔지니어들이 컴퓨터로 60년대의 백악관 모습을 만들고 있다.

한쪽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을 컴퓨터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한다.

컴퓨터에 케네디 대통령의 얼굴 특성에 관한 정보들을 입력시킨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전문가가 여러가지 상황에 맞는 케네디의
모습을 그려낸다.

물론 상대역과 배경등도 함께 만들어낸다.

대통령은 시나리오에 맞춰 대사를 읽는다.

조명에 따라 그림자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표정연기가 어색하면 감독은 프로그래머에게 연기를 고치게 한다.

컴퓨터앞에 앉아서 한편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디그라프 부장이 케네디 대통령에게 기자를 소개하자 모니터안의 대통령은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건넨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여름 미국에서 개봉돼 흥행 1위를 기록한
"퍼리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서는 주연을 맡은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케네디, 닉슨등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얘기하고 존 레논과 함께 노래한다.

물론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이다.

컴퓨터는 죽은 사람을 이승으로 불러들여 살아 움직이게 한다.

디그라프부장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영상을 필름에 담지 않고 곧장
통신망을 통해 헐리우드의 영화사로 보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글랜데일에 위치한 월드 디즈니 이미지 연구소는 만화영화
"알라딘"에 나오는 날으는 양탄자를 실제로 만들었다.

날으는 양탄자에 올라타자 눈앞에는 고대 아라비아의 도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의 위험은 없지만 양탄자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약간의 배멀미도 느껴진다.

함께 탄 이미지 디자이너 존 소노디씨(37)는 "저 곳이 공주가 갖힌 성"
이라고 설명한다.

공주를 구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시간을 뛰어넘은 여행을 하고 온 것만은
분명하다.

월트 디즈니사는 가상현실기법을 이용한 이 양탄자를 올랜도와
로스앤젤리스, 도쿄의 디즈니랜드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멀티미디어
가 새로운 예술형식과 놀이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 세가사가 도쿄에 세운 "디지털 스튜디오"에서도 멀티미디어 컴퓨터가
총감독 역할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가를 있게 한 게임스타 "바람돌이 소닉"도 컴퓨터에서 탄생했다.

스튜디오에서는 게임의 주인공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동작연구가 진행
된다.

그동안 만화와 영화등에서 나왔던 재미있는 동작들을 컴퓨터가 분석해
새로 만들어진 주인공에게 교육을 시킨다.

발이 안보일 정도로 빨리 뛰어가는 모습, 목과 팔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도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멀티미디어는 인간에게 창조할 수 있는 자유와 무한한 상상력을 가져다
주며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세가사의 하야오 나카야마사장(65)의 말이다.

헐리우드에서 컴퓨터로 만든 영화 1편이 서울에도 들어와 상영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