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보급이 확산되고 다양한 기능을 갖는 부가기능카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몇가지 기능을 하나의 카드에 합친 "통합형 카드"가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사운드카드에 CD롬 인터페이스 기능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팩스모뎀에
사운드기능과 음성자동응답기능을 함께 갖춘 "종합음성카드"가 등장했다.

또 그래픽을 표현하는 VGA카드와 TV튜너 비디오 오버레이보드를 한데
합친 "통합 영상카드"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통합카드들은 여러가지 기능을 하나의 카드에 모아놓음으로써
원가를 절감, 보다 싼 값에 여러가지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용자들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러 기능을 한데 합친 통합형카드
를 즐겨 찾았다.

그러나 컴퓨터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그 빛을
잃었다.

기본적으로 PC는 개방형 구조를 갖고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데 비해 통합형카드는 이같은 자유로운 변신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각 분야별로 기술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져 6개월정도만 지나면 고급기능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제품이 사용자들을 유혹하곤 한다.

한 예로 모니터 화면에 컬러를 표시해주는 그래픽 카드중 VGA카드만 해도
처음에는 2백56가지 색상이었지만 1년사이에 1천6백만개 컬러를 표시
해주는 것으로 발전했다.

통합카드는 여러 기능을 한번에 쓸 수 있어 좋았는데 부분적으로 어떤
기능을 보다 좋은 것으로 바꾸려다보니 다른 것까지 전체를 교환해야
하는 문제를 낳았다.

VGA카드만 바꿨으면 하는 사용자가 TV튜너기능과 비디오 오버레이기능
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면 차라리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조건 한데 합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사용자들을 위한 여백을
때로는 남겨둘 필요가 있다.

<김승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