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접투자는 "배증"의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많다. 국내여건 악화라는 마지못할 사정도 있지만 선진국의
무역장벽심화에 대응한 현지화,고기술 습득을 겨냥한 진출등 자발적인
투자도 증가추세다.

여기에다 자본유출 방지등을 이유로 틀어 막기만 하던 해외투자와 관련된
규제들을 대대적으로 풀어버린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상황도 그렇지만 기업내부의 마인드도 달라졌고 제도적인 환경도
진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올 상반기의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최근의 추이가 한눈에 보인다.

상반기중 해외투자허가를 받은 실적은 8백72건에 15억7천8백만달러.
작년상반기(4백47건 8억2천8백만달러)에 비교하면 건수는 95.1%,금액은
90.6%가 늘어난 것이다. 쉽게 말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92년까지 내리 3년을 줄어들기만한 추세곡선(금액기준)이 93년을 고비로
증가세로 돌아선뒤 올해부터 수직상승세로 양상이 달라진 모양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제조업이 대종을 차지하긴 하지만 무역과 건설업
등 서비스산업의 해외진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업체 규모별로도 중소기업의 비중이점차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에만 몰리던 현상이 시정되면서 북미지역이 새로운 투자지역으로
급부상한 대목도 눈여겨 볼만하다.

우선 산업별로 보면 지난 상반기중 제조업의 해외투자가 10억9백만달러.
작년 상반기보다 76.5%가 늘어났다. 전체 해외투자금액중 64%를 차지한
것이다.

제조업중에 조립금속업의 투자가 5억1천6백만달러,섬유의복이 1억6천3백만
달러로 대부분이다. 조립금속은 작년의 두배(1백22.5%증가),섬유의복은
3배에 가깝게(1백85.8%) 늘었다.

국내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등으로 주로 인건비에 의존하는 노동집약형
산업들이 무더기로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진출"보다는
"탈출"이 아직은 대다수라는 얘기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동남아 일변도다. 상반기의 전체 해외직접투자
건수중 83.6%가 동남아지역 이었다. 이중 절반이상(55.4%)은 중국이었다.

이같이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한 노동집약형 산업들의 무더기 이전은
현지에서 만든 상품의 국내 역수입이라는 반갑지 않은 부작용도 몰고
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등장도 엿보인다. 현지에 기업을 세우거나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들이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 이외의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무역업의 해외투자
금액이 작년상반기 7천9백30만달러에서 올상반기에는 3억1천9백만달러로
4배(3백2.4%증가)로 늘었고 7백만달러에 불과했던 건설업의 해외투자는
6천8백90만달러로 10배 가까운 수준(8백84.3%증가)으로 급증한 대목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제 싹이 트기 시작한 이같은 바람직한 추세에 가속도
를 붙여주는 일이다. 해외투자에 나서는 업종과 진출국을 다양화하는
작업이다. 한마디로 "탈출"이 아니라 "진출"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