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티켓 전쟁"은 통신시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제특구 심수에 가면 많은 중국사람들이 옛날 한국사람들이 목욕탕에
다닐때 가지고 다니던 크기의 가방들을 들고 다니는 것을 발견할수 있다.

신주단지 모시듯 끼고 다니는 이 가방속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아닌 휴대용
전화기들이다.

중국경제일보의 초청으로 북경에서 오페라를 즐길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귀에 익은 아리아들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요즈음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공연도중 여기저기서 울리는 휴대용
전화벨소리는 아리아의 선율과 어울려 전혀 다른 "중국판 오페라"를 연출
하고 있었다.

오페라극장, 식당, 호텔, 길거리등 어디를 가나 발견되는 휴대용 전화기는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중국통신시장의 잠재력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이런 시장에 남보다 한발 앞서 한자리를 차지할수 있다면 두고두고 떨어질
과일을 챙길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도 알고 중국인들도 알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한국간에 벌이고 있는 줄다리기의 본질이 있다.

TDX에 관한한 우리도 이미 한발을 들여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 업체들이 중국에 공급하고 있는 교환기는 이른바 농화용
(농촌에 공급되는 7,000~8,000회선의 소규모)에 국한되어 있다.

농화용이나마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에는 삼성이 세운 산동위해삼성통신
설비유한공사와 금성이 세운 화금유방통신설비유한공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수출하기를 바라는 것은 농화용이 아니라 10만회선
이상의 시화용(도시에서 쓰이는 대규모 교환기)이다.

우리나라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한국형 시화용TDX구매를
꺼리고 있다.

명분상의 가장 큰 이유는 기존설비와의 호환성을 들고 있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중국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유효송부주임도
호환성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시스템이 여러기종으로 다변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통신전문가들은 호환성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될게 없다고 지적한다.

호환성을 거론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며 중국이 한국형TDX를 거부하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예상되는 미래의 혜택에 상응하는 크기의 보상"이
뒤따라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시화용교환기를 제공해온 회사는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 알카텔,
일본 NEC로 이들 회사들은 우리에게 기술을 가르쳐 준 업체들이다.

한국은 이들로부터 배워 우리실정에 맞게 개량하고 발전시켰지만 이들
업체들은 우리 제품의 결함이나 부족한 점을 잘 짚고 있어 이런 우리의
약점을 중국 정부에 귀띔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 업체의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두터운 벽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계획위원회는 이들 3개 회사외에도 추가로 미국의 AT&T, 그리고
캐나다의 노던 텔레콤에 대해 형식승인을 해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최혜국대우 연장문제를 가지고 으름장을 놓던 미국이
슬그머니 물러선데에는 이러한 대규모 거래가 뒤에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
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정부는 대규모 시화용TDX수출을 위해 연리 3.5%로 5,000만달러 정도의
대외협력기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대꾸도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이 기금을 TDX가 아닌 광통신사업에 사용하고
싶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이와같은 중국의 제의를 호락호락 받아들일 입장은 아니다.

우선 광통신은 이윤도 적을 뿐아니라 한번 설치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반면
TDX는 설치 이후 유지 보수, 그리고 내구연한이 지난후에는 개체수요로
연결되기 때문에 수익성과 더불어 지속적인 영업기회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화용 TDX의 중국진출을 가로 막는 또한가지 이유는 중국 스스로가
개발한 교환기도 한국형 교환기 만큼이나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이런 저런 주변 여건을 고려해 볼때 한국의 시화용TDX수출은 한국측이
파격적인 조건을 새롭게 제안하지 않는한 "요원한 희망사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