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마지막 메이저골프대회인 제76회USPGA선수권대회가 이곳시간
11-14일 미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파70. 전장6,834야드)에서
벌어진다.

"마지막"이라는데는 언제나 "스토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우선 이번대회조차 미국이 우승하지 못하면 세계최강이라는 미국골프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우승없이 시즌을 끝내게 된다.

또 지난해 연장전에서 그레그노먼을 물리치고 우승했던 폴 에이징거(34.
미국)은 암과 싸워 이긴 모습으로 타이틀방어에 나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여기에 메이저중 유일하게 PGA선수권에서만 우승하지 못했던 아놀드
파머(64)는 이번대회가 마지막출전이라고 공표,나이에 따른 영웅의
불가피한 퇴장을 예고했다.

<>.한달전쯤 암치료로 인해 머리털이 전혀 없었던 폴 에이징거는 이제
머리가 약간 자란 모습으로 코스에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오른쪽어깨에
임파종암 선고를 받았던 에이징거는 9개월에 걸친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로
다시 골프를 칠수 있게 됐다. 이제 그는 수많은 암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
을 주는 "영웅"으로 일컬어지며 가는곳마다 기립박수를 받는다.

그가 암과싸워 완치됐는지 아닌지는 사실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에이징거는 "암에 걸린"과 "암에 걸렸었던"식으로 현재와 과거형을 동시에
쓰며그의 투병을 과거로 돌리려 한다. 그러나 라운드후 어깨에 얼음찜질을
해야하고 걷는데 약간의 피곤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옛날로의
완전회복은 결코 아닌셈이다.

사실 에이징거의 복귀는 지난주 뷰익오픈이었다. 9개월만에 처음 필드에
나온 에이징거는 그때 1R 76타,2R 70타를 치며 커트오프통과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그정도도 대단하고 특히 2라운드의 2언더파70타는 이번대회를
앞두고 무척이나 고무적"이라는 격려를 받았었다.

"암환자였건", "암환자이건"간에 그는 다시 프로골퍼로서,전대회챔피언
으로서 코스로 돌아왔다. "이번대회목표는 커트오프통과쯤이 아니냐"는
질문에 에이징거는 "나는 이제까지 커트오프통과를 목표로 한적이 없으며
이번역시 리더보드에서 내 이름을 보는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선수는 선수
일 뿐이라는 얘긴데 그래도 그의 투병은 다음 코멘트에 의미가 담겨있는것
아닐까.

"연습라운드에서 60cm퍼트를 실패하고 나는 무척 화가 났다. 그러나 곧
마음이 평온해 졌다. 나는 아직 살아있고 적어도 골프를 치고있지 않은가.
암환자였던 나의 골프가 누군가를 고취시킬수 있다면 그게 멋진것이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만약 에이징거가 타이틀방어에 성공한다면 그는
대회포맷이 스트로크플레이로 바뀐 1958년(그이전엔 매치플레이)이래
처음으로 2년연속우승한 선수가 되고 메이저사상 최고의 "인간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근년의 USPGA선수권대회는 드라머의 연속이었다. 91년 존 데일리의
센세이셔널한 우승과 그 데일리의 우승을 가능케 했던 닉 프라이스(그는
91년에 아내출산으로 대회참가를 포기,대기선수였던 데일리가 출전했었다)
의 92년 우승,그리고 지난해 노먼과 에이징거의 혈투등 USPGA는 마지막
메이저로서의 재미를 만끽케 했다.

그러나 미골퍼들은 금년엔 재미가 아니라 "체면"이 더 큰 문제이다.
매스터즈의 올라사발(스페인),US오픈의 어니 엘스(남아공),영국오픈의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에서 보듯 금년엔 미국선수우승이 없는것. 미
골프는 아무리 외국세가 거세졌다고 해도 90년만 빼고는 적어도 2개대회
이상 메이저를 차지해 왔다(90년엔 헤일어윈만이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급하다. 미국은 톰 레이먼이 매스터즈에서,로렌
로버츠가 US오픈에서 ,톰 왓슨이 영국오픈에서 각각 약속이나 한듯
막바지에 우승을 날렸고 이번대회 우승후보명단에도 프라이스,노먼등
비미국세가 상위를 점령하고 있는 것. 자칫하면 메이저역사상 최초로
미국무승의 기록이 수립되기 직전인데 그레그 노먼에게 그 요인을 묻자
대답이 명쾌했다. "미국골프가 잘못된게 아니라 세계골프가 변한 것이다.
골프가 급속히 국제화 되고 있다는 얘기로 그건 좋은것 아닌가"

<>.이번대회가 열리는 서던힐스CC는 지난 70년,82년등을 합해 이번이
세번째의 PGA선수권 개최이다. 70년엔 데이비드 스톡턴(미국)이 4R합계
1언더파 279타로 ,그리고 82년엔 레이플로이드가 8언더파 272타로 우승
했었다. 파70인 관계로 파5홀이 2개뿐인 이곳은 그만큼 버디찬스가
드물다는 의미가 되며 페어웨이 양옆의 나무가 빽빽하나 도그레그홀이
많아 티샷각도잡기가 공략의 관건이 된다.

한편 이번이 37번째 PGA선수권출전인 아놀드 파머는 "USPGA만 우승
못한것이 한이지만 이제 내 골프가 더이상 위협적이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며 마지막출전임을 발표. 이로서 파머는 US오픈과 영국오픈을
합해 3개메이저에서 모두 출전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매스터즈만은
"걸을수 있는한 출전 하겠다"고.

어쨌거나 파머의 퇴장은 "세월과 더불어 사라지는 영웅의 쓸쓸함"이
보이는것 같아 약간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