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고가 입을 열자 모두 그에게 긴장된 시선을 집중하였다.

마흔일곱살인 사이고는 좌중에서 가장 연장자였다.

에도가 마흔살로 사십줄에 들어섰고, 나머지는 다 아직 삼십대로 서른여섯
아니면 일곱이었다.

사이고는 연장자일 뿐아니라, 필두가로였고, 육군대장에 근위도독으로
군권을 한손에 쥐고 있어서 산조가 직제상으로는 위인 태정대신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유신정부의 실세라고는 할수가 없었다.

공경 출신이며 중도적인 온건한 사람이어서 정부를 대표하기에 무난할 것
같아 그자리에 앉혀놓은 것이었다.

나이는 이제 서른일곱으로 사이고보다 열살이나 아래였다.

그러니까 입김이 가장 센 사이고가 입을 열었으니 모두 그의 견해는
어떤지 긴장될수밖에 없었다.

"우리 일본을 무법국이라니, 그말에 대해 조선국에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오. 대원군이라는 그 고집불통이 직접지시를 내렸는지 어떤지는 알수가
없으나, 어쨌든 우리 일본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며 도전이오. 그렇다고
해서 즉시 출병을 한다는 것은 성급한 처사요.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오.
먼저 사신을 보내는게 옳아요. 직접 대원군을 만나 담판을 벌이는 거요. 왜
우리의 수교교섭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그리고 일본에 대하여 무법국이라니
무슨 의도인가, 그런 지시를 누가 내렸는가, 따져서 사과를 받아내고 수교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에 가서 출병을
생각해보는 거요. 그렇게 하면 출병에 대한 명분도 서는게 이니겠소. 지금
이단계에서 출병을 하면 서양 여러나라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거란
말이오. 구미 제국의 묵인이 없는 출병은 화를 자초할뿐 결코 성공할수가
없소"

모두 납득이 간다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먼저 사신을 보내야 된다는 사이고의 주장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지론이다시피 해서 정한론이 화제가 될때마다 들어온 말이었다.

그러나 전령서라는 모욕적인 문서를 눈으로 보고도 여전히 감정을 억누르고
앞뒤가 정연하게 늘어놓는 그 침착성이 내심 모두 놀라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맨 먼저 즉시 출병을 주장했던 이다가키가 입을 열었다.

"사이고공의 말에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신을 보낼경우 일이
잘될 턱은 만무하고 오히려 무슨 변을 당하고 말 겁니다. 어쩌면 살해될지도
몰라요. 위험하기 짝이없는 일이라구요"

"그건 한치 앞만 내다보고 하는 소리요. 만약 사신이 살해를 당하면 그야
말로 좋은 구실이 아니고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