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30) 제2부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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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토는 그 대포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무거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조슈번출신일 뿐 아니라 그 대포와 무관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사국 연합함대에 의한 시모노세키 공격이 있기 전해에 그는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런 작전이 계획되고 있다는 정보에
접하고, 고국의 고향 번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이노우에와 둘이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서 귀국을 했었다.
사전에 그와같은 정보를 조슈번에 알릴 수는 있었으나, 그 연합작전을
저지하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결국 시모노세키가 그들에게 짓밟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의 치욕의 잔해라고 할수 있는 대포를 뜻밖에 이국 만리 여행길에서
보게 되었으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일본의 사무라이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져 서양의
대영웅으로 추앙을 받고있는 터였다.
그래서 사절단 일행이 일부러 그의 무덤에 헌화를 하려고 찾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그 무덤 앞에 자기네의 대포가 마치 붙들려와 볼모가 되어있는 듯한
을씨년스러운 몰골로 놓여 있으니 기분들이 울적해져서 나폴레옹에 대한
흠모의 감정 마저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조슈번 출신들 중에는 아예 무덤에 헌화하는 것을 그만두고 돌아서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날 오쿠보는 이토와 함께 파리의 번화가를 거닐고 있었다.
"저기 한번 들어가 보자구"
오쿠보가 말했다.
가발을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쇼윈도에 갖가지 가발을 뒤집어쓴 마네킹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것이 흡사 효수 같았다.
미국의 백악관 복도에서 보았던 역대 대통령의 흉상들보다 훨씬 더 진짜
효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효수 같은 마네킹을 구경하려고 가게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한 마네킹은 가발 대신 가수, 즉 인조수염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오쿠보는 그곳에서 구레나룻을 비롯해서 콧수염, 턱수염을 몇개씩 샀다.
"아니, 수염을 뭣 하시려고 그렇게. 누구한테 선물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이토가 좀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야. 내가 달려고..."
오쿠보는 싱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느덧 오쿠보는 이토에게 말을 놓는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수염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 얼굴을 가진 오쿠보는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것이 늘 아쉬웠다.
정치가란 위엄이 있어야 되는 법인데, 꾀죄죄한 수염을 가지고는 위엄을
십분 발휘할 수가 없다 싶었던 것이다.
이토는 그 대포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무거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조슈번출신일 뿐 아니라 그 대포와 무관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사국 연합함대에 의한 시모노세키 공격이 있기 전해에 그는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런 작전이 계획되고 있다는 정보에
접하고, 고국의 고향 번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이노우에와 둘이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서 귀국을 했었다.
사전에 그와같은 정보를 조슈번에 알릴 수는 있었으나, 그 연합작전을
저지하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결국 시모노세키가 그들에게 짓밟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의 치욕의 잔해라고 할수 있는 대포를 뜻밖에 이국 만리 여행길에서
보게 되었으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일본의 사무라이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져 서양의
대영웅으로 추앙을 받고있는 터였다.
그래서 사절단 일행이 일부러 그의 무덤에 헌화를 하려고 찾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그 무덤 앞에 자기네의 대포가 마치 붙들려와 볼모가 되어있는 듯한
을씨년스러운 몰골로 놓여 있으니 기분들이 울적해져서 나폴레옹에 대한
흠모의 감정 마저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조슈번 출신들 중에는 아예 무덤에 헌화하는 것을 그만두고 돌아서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날 오쿠보는 이토와 함께 파리의 번화가를 거닐고 있었다.
"저기 한번 들어가 보자구"
오쿠보가 말했다.
가발을 판매하는 상점이었다. 쇼윈도에 갖가지 가발을 뒤집어쓴 마네킹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것이 흡사 효수 같았다.
미국의 백악관 복도에서 보았던 역대 대통령의 흉상들보다 훨씬 더 진짜
효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효수 같은 마네킹을 구경하려고 가게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한 마네킹은 가발 대신 가수, 즉 인조수염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오쿠보는 그곳에서 구레나룻을 비롯해서 콧수염, 턱수염을 몇개씩 샀다.
"아니, 수염을 뭣 하시려고 그렇게. 누구한테 선물이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이토가 좀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야. 내가 달려고..."
오쿠보는 싱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느덧 오쿠보는 이토에게 말을 놓는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수염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 얼굴을 가진 오쿠보는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것이 늘 아쉬웠다.
정치가란 위엄이 있어야 되는 법인데, 꾀죄죄한 수염을 가지고는 위엄을
십분 발휘할 수가 없다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