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율무 흰꽃이 자생적으로 피어있는 곳을 "중무덤"이라 했다한다.

중이 시주를 다니다 호랑이에게 물려죽거나 추위에 얼어죽는등 객사하면
율무로 만든 염주알중 몇개가 땅에 떨어져 싹을 튀웠다는 것이다.

한승원(55)씨의 대하소설 "동학제"(고려원간)는 수천번씩 닳도록 만지작
거려도 생명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는 이러한 율무염주의 끈질긴 생명력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동학농민전쟁을 일으킨 큰힘이 우리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이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동학운동이 좌절한듯이 보이나 완전히 죽어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징을 율무얘기를 빌어 남기려한거죠"

이달말에 7권이 모두 완간되는 "동학제"는 전라도 장흥과 내덕도라는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한 동학이야기.

평범한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어떻게 동학이라는 개벽사상에 결집돼
분출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우리 민족에게 생명력이라는것은 한과 같은겁니다. 한이란 슬픔
이나 눈물의 정서가 아니라 아픈 삶을 극복해 내고 좀더 밝은 쪽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이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바다와 어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

이에대해 작가는 장흥이 고향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드러내는 매체로
바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한씨가 "동학제"라는 작품을 구상하게 된것은 20여년전 역사를 읽다가
느낀 이름없이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슬픔과 참담함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그이후 동학 격전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당시 사람들의 몸부림과 함성을 생생히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9년전 이작품을 시작했다가 2권분량을 모조리 버렸다고
말한다.

"이작품에 쓰면서 중국과 일본역사 그리고 선교사의 당시 위치를 모르고는
작품을 쓸수 없겠다 싶어 그때까지 쓴것을 전부 버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
해서 5년전에야 소설을 시작할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이소설 속에서 역사가 하나의 소설적인 현실로 살아 있고 작가인
나도 살아있기를 꿈꾸고 희망한다"고 말하는 한씨는 "역사 변혁 우주라는것
모두가 사랑 그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에 사랑을 가장 큰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밝힌다.

"문학은 내 존재의 자리매김이며 이세상에 대한 발언권, 그리고 나의
구원"이라고 고백하는 한승원씨는 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한국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포구의 달" "불의 딸" "아제 아제 바라아제"등의 작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