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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제 치열한 기술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술 경쟁력 제고만이
살길이다. 이를위해 산학연 협력과 국제화가 우선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을 해나가고 국제화를 추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이 제시돼 오지않은게 사실이다.

고등기술연구원의 정범모원장(전과기처장관), 연세대 공대의 김우식학장,
호주통신업체인 텔스트라의 소진화한국지사장(전 삼성종합기술원 부원장)
등 3명의 좌담을 통해 산학연협력의 바람직한 방향을 점검해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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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장=세계를 무대로 경쟁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기존의 틀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조직의
운영뿐아니라 조직원의 활동 사고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패러다임이 새로운
과학기술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산학연 모두 이
패러다임에 따라 변화할때 실질적인 산학연 협력이 이뤄질수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4가지 과학기술흐름에 맞추어야 합니다. 복합화
(Composition),종합화(Integration),합성화(Synthesis), 체계화(System)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등기술연구원이 아주대와 공동으로 시스템공학과를 운영하고 있는것도
시스템적인 사고능력을 갖는 인력 양성을 위해서 입니다. 횡적인 팀워크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같은 능력을 보유한 인력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소지사장=지난 87년 미국서 귀국,기업부설연구소의 부원장으로 활동
하면서 느낀점중의 하나는 진정한 산학연협력을 위해서는 우선 국내
대학의 경직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과별로 모두 정원이 정해져 있고 이는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급변
하는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게 당연하지요. 반면 선진국의 대학은
산업계 수요에 되도록이면 빨리 부응하려고 노력합니다. MIT의 경우 전기.
전자.컴퓨터학과라는 1개학과 학생들이 전체학생의 3분의 1입니다. 물론
과거에는 안그랬었지요. 이분야에 대한 산업계 수요가 크게 늘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정원장=대학이 산업계 수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데 같은 생각입니다.
바이오메디컬(생의학)분야의 경우 미래에 신소재 통신 인지분야등의 연구에
결정적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산업계 수요가 이처럼 변화하고 있는데도
대학은 과거의 틀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어요. 거듭 얘기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학장=대학에서도 나름대로 산업계 수요에 맞춰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진통이 있긴 하지만 여러대학에서 꾸준히 추진되는 계열화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연세대 공대의 경우 이외에도 6개 계열별로 선의의 경쟁을 시켜 "간판"으로
내걸수 있을 만한 분야를 자율적으로 이끌어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계열별로 산학협동 컨소시엄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특성화돼
야 국가차원에서 과학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제고할수 있는데 따른 것 입니다.

<>소지사장=기술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산학협력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술발전 역사가 짧아요. 기술자가 있긴
하지만 기술경영자는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기술경영은 좁은의미와 넓은의미로 나눠 이해 될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
에서의 기술경영은 기술경험을 가진자만이 수행할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에서는 기술적인 업무를 관리하는 기술자도 문제가 생기면 기술경험이 없는
타부서 사람으로 쉽게 대체됩니다.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지요. 넓은의미의 기술경영은 기술경험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분야
의 지식에도 밝아 비전을 갖고 경영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장에 대한 판단
력도 갖고 있는 기술자라야 이같은 기술경영을 할수 있습니다.

<>정원장=국내에 아직 그같은 기술경영에 대한 비전이 없어 산학연협동이
안되고 있습니다. 기술경영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정부 기업 대학 모두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경세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가져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능력있는 기술경영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유능한 기술경영자는
계획을 세우고 인적및 물적자원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엔지니어링을 통해 연구활동을 최적화 할수 있는 것은 물론 동시에 연구결과
를 실용화 할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소지사장=원래 과학기술자는 최적화에 역점을 두고 기업가는 결과를
거둬들이는 "추수"에 능숙하다는 점을 감안해 볼때 정원장이 얘기한
기술경영자의 요건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김학장=산학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것은 기업과 대학이
산학협동에 대해 갖는 인식이 서로 다른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산학협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산학협력을 기대하기란 무리지요. 자금지원을 기업에 요청하는것이
구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게 현실입니다.

대학은 교육 기초연구 아이디어제공등을 하고 기업은 자금및 시설지원과
현장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같은 역할분담이 자연스레
이뤄질때 산학협력이 활발해 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지사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같이들 해야한다"고 주장은 하지만
산학협력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대학이 양질의
졸업생을 배출시키는게 산학협력입니까. 그렇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진정한 산학협력은 연구활동에서 찾을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국내
대학 교수들 대부분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유용한 연구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쓸만한"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대방의 가려운데를 서로 긁어 줄수 있어야 협력이 이뤄질수 있는
것입니다. 사안별로 상대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이를 처리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학장=대학이 기업에서 쓸만한 실적을 많이 내놓지 못하고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이러니 기업이 대학을 불신할수 밖에요. 불신하는 곳에
투자를 해줄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항상 교수들에게 기업이 흥미를 가질만한,속된말로 "미끼"가
되는기술을 개발하자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대학이 현장정보에 무지해
기업의 요구내용과 기술수준을 너무 모르는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기업마다 대학에 요구하는게 달라 대학은 곤혹스러울때가 많습니다. 주로
대기업은 기초연구를,중소기업은 제품개발까지 해주기를 바랍니다.

<>정원장=과학기술은 흐름입니다. 기초연구라는 상류에서 현장연구라는
하류까지 막힘이 없어야 과학기술은 발전합니다. 국내에서는 산학연
조직간에 역할분담이 제대로 안돼 이 흐름이 원활치 못합니다. 과학기술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위해서는 연구보고서를 주고 받는것 보다는 사람을 오가
게 하는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인력교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과학재단이 지정하는 공학연구센터(ERC)나 과학연구센터(SRC)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인력교류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합니다.

물론 기업에서도 대학에 인력을 보내야 합니다. 대학은 일방적으로
약방에 앉아 고객의 문제를 해결 해주는 약사가 아닙니다.

<>김학장=인력교류가 시급하다는데 같은 생각입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등 여러대학에서 산업체를 캠퍼스에 입주시켜 보다 밀착된
산학협력을 하기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니
인력교류가 활발해질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세대의 경우 연세공학연구센터를 설립중인데 인력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입주하는 기업체의 연구원을 대학의 연구교수로
영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력교류를 통해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꾀해 보자는 시도입니다.

또 교수나 석박사학생및 4학년 학생이 입주연구소에 자유스럽게 드나들수
있도록 해 자유스런 협동연구 분위기를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정원장=연구단지를 조성,인력교류를 하는것도 좋지만 기업과 대학이
함께 운영주체가 되는 조직을 만들면 인력교류는 자연스레 이뤄질수
있습니다.

고등기술연구원은 기업과 대학이 조합원사로 참여하는 연구조합형
연구소입니다. 때문에 연구원은 대부분 직함을 두개씩 갖고 있습니다.
연구원과 대학,기업과 연구원등 양기관에 모두 속해 일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소지사장=인력교류의 중요성에 동감입니다. 보고서가 왔다 갔다
한다해서 협력이 잘됐다고 볼수는 없습니다. 기업에서도 대학에 연구동만
기증했다고 해서 산학연협동을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김학장=대학은 시대를 앞서가야 하며 그래서 사회를 리드하는
첨병이어야한다고 봅니다. 공대의 경우 과학기술의 흐름을 내다보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줄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에서
5년이나 10년후 기술계의모습을 예측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교수를 본적
이 없습니다.

실질적인 산학연협력을 이끌어 낼수 있는 일류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같은 역할을 해줄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갖춰야할 요건이 있습니다
우선 우수한 교수와 학생이 있어야 합니다. 휼륭한 시설이 구비되고 동문의
도움과 대학 스스로 일류로 나가려 하는 강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원장=대학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데 동감입니다. 대학은
시설로 우리사회를 이끌수 없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아이디어로 이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에서 평가한다고
하니까 부랴 부랴 장비 들여오는 대학은 경쟁력을 가질수 없습니다.

<>소지사장=대학내에서 기업들로부터의 투자가 일부분야에 치중돼있어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것에 대해 이는 그런 주장 자체가
편향된 것이라고 봅니다. 특정분야를 강화하는것은 편향이 아니라 산업계
수요변화에 맞추기위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선진대학에서는 같은 대학은 물론이고 동일학과내 교수들마다 급여가
다릅니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혀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아요.

<>정원장=세계화나 국제화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국제화돼있는 곳은 적습니다. 고등기술연구원의 경우 미과학재단이나
캐나다 원자력공사의 전문가를 초빙교수로 활용하는등 외국인 교수를
채용,국제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재외교포과학자나 저명 외국과학자로
구성된 국제자문위원회의를 두고 항시 세계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는 연구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세계를 하나로 묶는 통신망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는것도 국제화의 일환입니다.

<>김학장=앞서나가는 선진대학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도
국제화라 봅니다. 연세공학연구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이와 유사한 센터를 세운 와세다대학을 최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입주기업이 적어 빈방이 많아 고민이라고 털어놓더군요. 이미
들어선 기업들도 경신기한인 3년이 지났을때 다시 들어오려 할지 의문시
된다고 걱정하는 것을 봤습니다.

센터를 세우긴 했지만 자급자족하면서 운영할수 있을지 우려 된다는
것입니다. 저희도 같은 상황에 맞닥뜨릴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이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저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학생들에게 선진대학의 실험모습을 시청각자료로 제공,국제화에 대한 감을
잡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영어로 가르치는 "공학과 사회"란 공개
특강을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도 국제화의 일환입니다.

<>정원장=시장이 국제화 되는 상황에서 국제화는 이제 피할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기업은 물론 대학 연구소 모두 국제화에 앞장서야 할때입니다.

<정리=오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