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식품회사들이 기업합병과 매수를 무기로 물밀듯이 미국상륙을
감행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의 식품회사들은 오히려 중국대륙에 진출하고
있고 UR타결로 위기를 느낀 한국의 농수산물은 이제서야 미국시장에
두리번 거리듯 모습을 나타냈다.

7월10일부터 사흘간 미국 최대의 먹거리 전시회인 뉴욕 국제식품및 과자
전시회에는 온 세계에서 줄잡아 2만5천여가지의 산해진미가 끝이 안보이게
펼처져있었는데 월드컵 결선에 오른 이탈리아가 단연 여기서도 분위기를
압도한다.

무슨 음식에든 일단 넣고 본다는 올리브 기름이 2백2가지. 국수류인
파스타가 50가지등등 웬만큼 규모가 작은 식품전시회라면 단독으로 가득
채울만한 식품을 보여주는 이탈리아관은 기세도 등등하다.

알프스의 산악 음식은 물론 지중해 연안의 섬마을 음식까지 세계의 정원
이란 자부를 갖는 이탈리아인들의 먹거리 문화는 수십가지의 와인으로
더욱 윤택해진다.

그에비해 간소해서 소시지만 먹는듯한 독일인들은 겨자와 식초, 싸우어
크라프트로 맛을 내는듯 해일 수 없을 정도의 먹거리가 있고 감자, 빵,
초콜렛이 풍부했다. 독일식품은 미국에서 품질만은 틀림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가장 덜 가공된 식품을 만들고 있다고 정평이 났고 방부제를 쓰지
않는 청정식품으로 요즘은 더욱 신임을 얻고있다. 이것은 독일정부의
엄격한 규정과 업계의 고집스러운 실행으로 쌓은 훌륭한 금자탑이다.

독일뿐 아니라 30여 전시회참가국 대부분과 업계의 관심은 체중조절을
위한 다이어트음식과 건강 자연식품에 쏠려 있었다.

커피 대신 차류소비가 늘고있고 엽차에서 카페인을 제거한 차가 출품되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겠다.

요즘 한국에선 특히 여성들 위주의 맥주소비가 급격히 늘고있다는 주한
미대사관의 보고서가 전해진 참이지만 세계에서 맥주를 제일 많이
마셔대는 사람들은 벨기에인들.

이들은 심지어 음식을 만드는데도 맥주를 쓴다는데 마을마다의 특색있는
맥주생산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술을 익힐때 이스트를 쓰지않는 람빅맥주는 브뤼셀의 자랑
이라고하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아무래도 심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버찌를 넣어 익혔다는 맥주는 역시 별미였다.

미국에서도 중국음식은 값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아주 대중화 돼있다.
그런가하면 일본음식은 이국적이고 산뜻,깨끗한 고급음식으로 대접
받는다.

그런데 한국 음식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맵고 짠데다
이국인에게 잘 어울리지 못하고 값만 비싼 편이라는 평가다.

고유 먹거리의 해외진출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해태아메리카의 양순걸
지점장의 표현으로 실감할 수 있다.

"인삼 껌 한가지 만들어 갖고 와서 파는데 꼭 10년이 걸리더군요" 한국관
안에서 그런대로 발걸음을 붙잡아 주는 곳은 대림수산의 참치가공식품.
튀김용으로 아예 냉동조리한 것인데 식당주들의 발걸음이 그런대로
부산했다.

그럭 저럭 괜찮다며 KOTRA의 참가 추천을 흡족해하는 봅 갈린스키 판매
대리인은 한국식품이 사소한 정보부족으로 결정적 피해를 보고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양식품에서는 건강의식때문에 될수록 첨가된 사실을 감추는
가당제인 시럽이 한국의 과실쥬스포장에는 자랑스럽게 인쇄되어있다는
것이다.

독일식품 수입상인 AMT의 문첼사장은 독일의 큰 식품회사인 군델샤임도
절인 오이를 처음 수출할때는 20만달러가 고작이었다면서 "첩경이란 있을
수 없고 좋은 값, 계속적인 광고가 유일한 방책"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이국적이고 특색있는 상품의 수요가 일고있는 현상에서 충분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기기도한다.

한국인이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돼지고기 통졸임 스팸의 제조회사
인 홀멜은 아예 동양인을 위해 달착지근하면서 새콤한 맛의 신종 스팸을
출하할 작정이고 간장까지 만들어 팔고 있는데 연간 매상 증가율이 27.6%.

저들이 하는데 우리라고 서양구미 맞추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