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에게 적인가 우인가" 12일 국회 외무통일위 회의실.
노재봉의원(민자)과 한승주외무장관이 이 문제를 놓고 팽팽한 입씨름을 벌
였다.
같은 학자 출신이면서도 보수성향을 띠고있는 노의원과 혁신성향의 논리를
펴고있는 한장관이 국회에서 맞부딪친 것이다.

노의원은 자신의 질문머리에 정부는 현실외교에서 적과 우를 구분하지도 못
하고 있다고 몰아부치고 "북한이 우리의 적인지 아니면 우인지를 분명히 밝
히라"고 요구했다.

이에대해 한장관은 "국가의 외교를 책임지고있는 장관으로서 특정한 나라를
적.우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탈냉전 시대의 외교에서는 그같은 흑백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전개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생각해야한다며 정확한 답변
을 피했다.

자신이 요구했던 답변을 듣지 못한 노의원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1백60
만 군대가 대치하고있는 엄연한 현실을 장관은 어떻게 설명하겠는냐"고 한장
관을 추궁했다.
같은 민자당 출신인 안무혁의원도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정리해야하는 것
이 아니냐"며 가세했다.

한장관은 이어지는 질문공세에 "북한은 엄연히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며 "외교담당자가 그 존재를 적.우 둘중 하나로 규명하는 것은 현시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굳게 버텼다.
한장관의 논리는 분명해 보였다. 아무리 우리가 북한과 대치상태를 계속하
고있더라도 김일성의 사망과 함께 김정일으로의 권력승계가 별탈없이 진행되
고있는 현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관이 공식적인 석상에서 북한을 적으로 구분,북한의 강경세력을 자극한다
면 우리의 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논리였다.

노의원은 끝끝내 답을 이끌어 내지 못하자 "장관은 교수로서 장관과 같은
답변을 하는 학생에게 몇학점을 주겠느냐"고 물었다.
"지금 이시간 내가 교수라면 그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장관의 재치있는 답변이었다. 우문에 대한 현답이라고나 할까.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