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들의 대북진출패턴이 "일본식"을 답습하고 있다. 먼저 한국계
교포기업들을 진출시켜 북한에서의 비즈니스 타당성을 재본뒤 본국계
기업들이 조금씩 발을 걸쳐보는 양상이다.

일본이 조총련계 기업들을 통해 이같은 진출방식으로 "재미"를 본 데이어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있다. "신덕샘물"로 유명한 조선샘물
주식회사를 비롯해 현재 북한에 있는 미국계 합영(합작)기업은 모두 7개.

이들 합영기업의 미국측 파트너는 전부 재미교포들이다. 업종은 의류
(삼방연합합영회사 청진합영회사) 흑연생산(명심합영회사) 접착재
(애국접착제공장) 등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조선샘물주식회사는 신덕샘물을 각국에 수출하는등 제법
짭짤한 수확을 거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장사"에 재미를
붙여서인지 정통미국계 기업으로 북한진출을 가장 먼저 구체화하고있는
곳은 코카콜라사다.

이 회사는 중국내 현지법인을 발판삼아 북한에 진출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최대의 전신회사인 AT&T도
북.미관계가 진전될 경우 북한내 방대한 통신수요를 겨냥해 가장 먼저
진출한다는 전략을 짜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우편물 탁송업체인 페더럴 익스프레스사는 지난달 베트남에서의
영업을 시작한데 이어 북한내 교두보마련을 위해 동남아일대의 북한측
관계자들과 물밑 접촉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유명한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매킨지사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진출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미 북한내 비즈니스에 관여하고 있다는게 미국
경제계의 "정설"이다.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도 얼마전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이 문제에
언급, "매킨지측이 부인하고있기는 하지만 북한에 진작 진출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었다.

경영진단및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매킨지사가 북한에서 활동하고있다는
것은 북한정권의 "국가경영 컨설팅"과도 맞물려있을 가능성이 없지않아
주목된다는게 국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일본과 미국에 이어 북한에 많이 들어가있는 나라는 중국으로 모두 15건
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청진항만개발을 맡고있는 청연합작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식당이어서 실질적인 진출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올초 몇억달러규모의 남북한간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재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했으나 당시 핵문제로 상황이 좋지않아 유보하고있다는
설도 있다.

다음으로 북한에 많이 진출해있는 국가로 CIS(구소련)계 공화국들이
꼽히고 있지만 조소해운회사등 4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밖에 프랑스가 양강도호텔, 호주가 국제우편물 탁송회사인
TNT평양사무소, 덴마크가 조덴국제회사를 각각 운영하고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활발한 미국기업들의 북한진출 움직임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관계자는 이와관련, "백악관이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전초단계로
무역대표부등 공적 성격이 강한 조직을 설치하는대신 기업들을 대거
진출시켜 간접적인 대화창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깔고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