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관료] (27) 제3편 정책수립 매커니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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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쌀개방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고 해도 세금을 그렇게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하듯 만들수 있습니까.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입니다"
(재무부세제실 A과장).
지난해 12월초 "농어촌특별세 신설" 얘기가 처음 흘러나왔을때 재무관료
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웃긴다"였다. 그리고 나서 한달쯤 뒤. "모르는
소리"가 공식화됐다.
"농어촌특별세를 매년 1조5천억원씩 걷어 쌀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
보상에 쓰겠습니다"(김영삼대통령 연두기자회견).
"각하 분부"가 떨어진뒤 재무관료의 반응. "하라면 하는게 관료신세
아닙니까. 어차피 정책결정의 무게중심은 위에 있는데 우리가 반대한다고
뭐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반응이 표변하면서 세원을 이잡듯이 찾아내고 목표액수에 맞춰 세율을
짜맞추는 기계적인 작업이 진행된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타당성 따위는 나중 문제였다.
어디에 어떻게 쓸것인지도 그들로서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저 "2월
임시국회통과"라는 데드라인에 맞추는게 중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작업
개시 열흘만에 나온게 "농어촌특별세법(안)".
"정책낙하산"-. 과천경제관료들은 농특세와 같은 유형의 정책들을 이렇게
부른다. 인사에만 밖에서 날라오는 낙하산이 있는게 아니다.
위에서 어느날 갑자기 떨어지는 "공중 낙하물"도 있다. 정책낙하산은
크게 두가지 유형에 기인해 떨어진다.
하나는 공약사업을 공약화 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하나는 정권임기중
치적을 위한 것이다. 이런 정책낙하산은 뚜렷한 형체가 없는게 특징이다.
제원도 용처도 쓰여있지 않다. "제목"만 툭 떨어진다. 이렇다보니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기계 반값공급". 대통령 공약을 실체화한 정책중 하나다. 지난 대선때
농기계값을 그냥 말하기 쉽게 절반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바람에
농림수산부는 작년에만 재정에서 2천2백억원을 쏟아 부어야 했다.
올해엔 이보다 배이상 늘어난 4천억원의 예산이 쓰여진다. 왜 반값이
돼야 하는지, 예컨대 3분의 2정도 가격이면 안되는지도 따지지 않고 그냥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농기계 시장의 왜곡으로 나타나고있다.
경운기등 재정지원대상인 2백만원이하 소형농기계는 공급과잉인데 트랙터
등 대형농기계들은 수요부족이다. "충분히 예측가능한 역작용이었지만
대선공약이라는 부담감때문에 어쩔수없었다"는게 농림수산부 당국자의 변.
대통령 "말씀"은 언제나 이렇게 금과옥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가을
"공정거래법"개정을 앞두고 실무작업이 한창이다.
주요개정내용중 공정위가 꽤나 집착하고 있는게 하나 있다. 대기업그룹
오너의 지분율이 5%이하인 기업은 30대 대규모기업집단지정에서 빼준다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 소유분산을 적극 유도하겠다는게 명분이다.
그 명분이 잘못됐다는게 아니다. 왜 하필 5%냐는 점이다. 논리적 근거는
무엇이냐는 말이다.
"뭐 논리랄게 있습니까. 작년4월 대통령이 신경제계획위원회 민간위원
들과 만나 "대기업 오너는 외국처럼 5%정도의 주식만 가지면 좋겠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의 그때 발언이 기준이라면 기준이죠"
(공정위 K과장).
치적용 정책낙하산의 대표적인 예는 "대전 엑스포". 지난88년 서울올림픽
직후 국민적 분위기는 한참 들떠있었다. 올림픽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도
"성공"이었다.
그러나 그건 당시 집권층의 치적사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한건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낸 아이디어가 "90년 엑스포"다. 곧바로 이 아이디어는
상공부 통상국에 낙하한다. 실무검토 결과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능한 계획이란 결론이 났다.
그래서 "정 하려면 서울정도 6백년인 96년이나 2000년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개최하자"는 정책보고서가 작성됐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청와대에
들어가기도 전에 중간단계에서 휴지통행 이었다.
"임기내에 열어야 한다는 윗분의 뜻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 됐었죠"
(상공자원부 N국장).
결국 총리실등이 마련한 "91년 엑스포개최안"에 대통령 재가가 났고
엑스포는 밀어부쳐졌다. 이런 곡절끝에 열린게 93년 대전엑스포.
당초에 잡은 예산(7백54억원)의 6배에 달하는 4천3백46억원의 지출영수증
을 남긴채 막을 내린다. 실무관료들의 검토의견이 무시됐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낙하산 정책은 정책입안과 집행을 맡는 관료들이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웃분의 뜻이니까"로 포장돼 강요되기 일쑤다. 관료들에겐
"치외법권"인 셈이다. 그러니 관료들의 능동적인 정책참여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관료들이 터무니 없는 정책낙하산에 밟히기만 하는건 아니다.
지난80년대 중반 "한국중공업을 모그룹에 넘기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한 예도 있다.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원칙도 논리도 없는 정책을 무조건 따를순없다고
생각했죠. "구체적인 매각방법을 검토중이다" "절차를 짜고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가며 시간을 끌었죠. 결국 대통령 임기를 넘길때까지 이리저리
피해 없었던 일로 만들었지요"(상공자원부 J국장)
재무부가 금융전업기업군 도입이라는 신경제계획상 정책낙하산을
"삼지선다형" 대안으로 피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제관료들이 나름의 묘책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떨어지는 정책
낙하산은 모면한다 해도 그과정에서 생기는 정책로스(Loss)는 어떻게
막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망이로 뚝딱 하듯 만들수 있습니까.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입니다"
(재무부세제실 A과장).
지난해 12월초 "농어촌특별세 신설" 얘기가 처음 흘러나왔을때 재무관료
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웃긴다"였다. 그리고 나서 한달쯤 뒤. "모르는
소리"가 공식화됐다.
"농어촌특별세를 매년 1조5천억원씩 걷어 쌀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
보상에 쓰겠습니다"(김영삼대통령 연두기자회견).
"각하 분부"가 떨어진뒤 재무관료의 반응. "하라면 하는게 관료신세
아닙니까. 어차피 정책결정의 무게중심은 위에 있는데 우리가 반대한다고
뭐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반응이 표변하면서 세원을 이잡듯이 찾아내고 목표액수에 맞춰 세율을
짜맞추는 기계적인 작업이 진행된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타당성 따위는 나중 문제였다.
어디에 어떻게 쓸것인지도 그들로서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저 "2월
임시국회통과"라는 데드라인에 맞추는게 중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작업
개시 열흘만에 나온게 "농어촌특별세법(안)".
"정책낙하산"-. 과천경제관료들은 농특세와 같은 유형의 정책들을 이렇게
부른다. 인사에만 밖에서 날라오는 낙하산이 있는게 아니다.
위에서 어느날 갑자기 떨어지는 "공중 낙하물"도 있다. 정책낙하산은
크게 두가지 유형에 기인해 떨어진다.
하나는 공약사업을 공약화 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하나는 정권임기중
치적을 위한 것이다. 이런 정책낙하산은 뚜렷한 형체가 없는게 특징이다.
제원도 용처도 쓰여있지 않다. "제목"만 툭 떨어진다. 이렇다보니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기계 반값공급". 대통령 공약을 실체화한 정책중 하나다. 지난 대선때
농기계값을 그냥 말하기 쉽게 절반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바람에
농림수산부는 작년에만 재정에서 2천2백억원을 쏟아 부어야 했다.
올해엔 이보다 배이상 늘어난 4천억원의 예산이 쓰여진다. 왜 반값이
돼야 하는지, 예컨대 3분의 2정도 가격이면 안되는지도 따지지 않고 그냥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농기계 시장의 왜곡으로 나타나고있다.
경운기등 재정지원대상인 2백만원이하 소형농기계는 공급과잉인데 트랙터
등 대형농기계들은 수요부족이다. "충분히 예측가능한 역작용이었지만
대선공약이라는 부담감때문에 어쩔수없었다"는게 농림수산부 당국자의 변.
대통령 "말씀"은 언제나 이렇게 금과옥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가을
"공정거래법"개정을 앞두고 실무작업이 한창이다.
주요개정내용중 공정위가 꽤나 집착하고 있는게 하나 있다. 대기업그룹
오너의 지분율이 5%이하인 기업은 30대 대규모기업집단지정에서 빼준다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 소유분산을 적극 유도하겠다는게 명분이다.
그 명분이 잘못됐다는게 아니다. 왜 하필 5%냐는 점이다. 논리적 근거는
무엇이냐는 말이다.
"뭐 논리랄게 있습니까. 작년4월 대통령이 신경제계획위원회 민간위원
들과 만나 "대기업 오너는 외국처럼 5%정도의 주식만 가지면 좋겠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의 그때 발언이 기준이라면 기준이죠"
(공정위 K과장).
치적용 정책낙하산의 대표적인 예는 "대전 엑스포". 지난88년 서울올림픽
직후 국민적 분위기는 한참 들떠있었다. 올림픽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도
"성공"이었다.
그러나 그건 당시 집권층의 치적사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한건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낸 아이디어가 "90년 엑스포"다. 곧바로 이 아이디어는
상공부 통상국에 낙하한다. 실무검토 결과 준비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능한 계획이란 결론이 났다.
그래서 "정 하려면 서울정도 6백년인 96년이나 2000년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개최하자"는 정책보고서가 작성됐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청와대에
들어가기도 전에 중간단계에서 휴지통행 이었다.
"임기내에 열어야 한다는 윗분의 뜻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 됐었죠"
(상공자원부 N국장).
결국 총리실등이 마련한 "91년 엑스포개최안"에 대통령 재가가 났고
엑스포는 밀어부쳐졌다. 이런 곡절끝에 열린게 93년 대전엑스포.
당초에 잡은 예산(7백54억원)의 6배에 달하는 4천3백46억원의 지출영수증
을 남긴채 막을 내린다. 실무관료들의 검토의견이 무시됐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낙하산 정책은 정책입안과 집행을 맡는 관료들이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웃분의 뜻이니까"로 포장돼 강요되기 일쑤다. 관료들에겐
"치외법권"인 셈이다. 그러니 관료들의 능동적인 정책참여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관료들이 터무니 없는 정책낙하산에 밟히기만 하는건 아니다.
지난80년대 중반 "한국중공업을 모그룹에 넘기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한 예도 있다.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원칙도 논리도 없는 정책을 무조건 따를순없다고
생각했죠. "구체적인 매각방법을 검토중이다" "절차를 짜고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가며 시간을 끌었죠. 결국 대통령 임기를 넘길때까지 이리저리
피해 없었던 일로 만들었지요"(상공자원부 J국장)
재무부가 금융전업기업군 도입이라는 신경제계획상 정책낙하산을
"삼지선다형" 대안으로 피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제관료들이 나름의 묘책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떨어지는 정책
낙하산은 모면한다 해도 그과정에서 생기는 정책로스(Loss)는 어떻게
막을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