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현재 포철로부터의 냉연강판 수입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미 한두차례의 샘플시험을 끝내 포철은 빠르면 연말께 자사강판이
일제차에 장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자동차업체들이 한국산 강판을 수입해 사용한다해도 당장 대일수출이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일케이커들이 극히 일부분에 한국산 강판을
사용한다는 방침이고 포철 또한 공급여력이 없어 많아야 연간 1만t으로
잡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물량이 아니다.
철강전문가들은 일자동차업체들의 한국산 강판수입 추진 그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은 지금까지
자국산 강판만을 고집해왔다.
자동차용 강판은 범용철강재중에선 최고의 품질이 요구되는 제품. 다른
나라의 강판은 질이 떨어져 일제차에 사용할수 없다는 식이었다.
일본 철강업계도 자동차용 강판만큼은 외국산의 상륙을 허용할수 없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왔다.
따라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포철로부터 냉연강판 수입을 추진하고있다는
사실은 한국산 강판의 품질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음을 입증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한국철강의 기술수준이 범용재부분에서는 일본에 근접했음을
나타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철강기술이 범용재부분에서 일본에 근접해있음은 조선용 강판의
인장강도나 전기로 용해시간에서도 잘 알수있다. 예컨대 조선용 강판의
인장강도는 당 50kg으로 일본과 같다. 한국산 후판이 세계시장에서
일본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용광로에 고철을 장입한뒤 출선하는데까지 소요되는 전기로 용해시간은
55분으로 일본의 60분보다 짧다. 인천제철은 최근 전기로용해시간을
45분으로 줄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물론 고급재로 가면 아직도 기술격차는 분명히 있다. 자동차용 고장력
강판의 인장강도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당 80kg으로 일본의 1백20kg에
크게 뒤지고 있다. 표면처리냉연강판의 보증연수도 일본은 10년인데
비해 국산은 7년에 그치고 있다.
일본이 기존의 도금강판에 크롬과 유기피복수지를 더 입힌 유기피복
강판을 생산하고있는데 비해 한국은 이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포철이 설비를 갖추는 내년에야 유기피복강판이 생산된다.
포철이 올해말 완공예정인 포항 유기피복강판공장도 신일본제철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이같은 고급제품쪽에서의 차이로 인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6년정도.
포철산하 산업과학기술연구소(산기연)는 지난해 9월 내놓은 "철강산업의
기술경쟁력현황과 향후대책"에서 한국과 선진국간 철강기술격차는 60년대
40년,70년대 21년,80년대 9년등으로 계속 좁혀지는 추세이긴하나 지금도
6년여의 격차가 난다고 밝혔다.
국내철강업체들이 용융환원제철법과 스트립캐스팅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철강기술과 진공증착기술 고기능표면처리기술등을 적극 개발할 경우
90년대 후반들어 거의 대등한 수준에 올라설수 있으리라는게 산기연의
분석이다.
가격경쟁력면에서는 물론 경쟁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본의 자동차업체
들이 자국 철강업체들의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주면서까지 포철로부터
강판수입을 추진하는 것도 품질은 대등한 반면 값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포철이 작년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냉연강판 판매가격은
t당 4백45달러로 일본업체들의 자국내 판매가격 5백79달러는 물론 미국의
5백29달러보다도 훨씬 낮다.
핫코일 선재 후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핫코일의 국내판매가격은 당시
t당 3백18달러. 일본의 4백53달러나 미국의 3백86달러와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다. 조선업체들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후판은 한국 3백
36달러, 일본 5백달러, 미국 4백24달러등으로 조사됐다.
한국산 철강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주로 인건비의 차이와 엔고
덕이다. 미국의 세계적 철강전문연구기관인 WSD는 작년 3월발표한 냉연
제품의 국별원가구조 자료에서 한국산 냉연제품의 공정원가를 100으로
했을때 일본산은 124,미국산은 123에 달하나 이같은 차이는 대부분
노무비 격차(한국 24,미.일 40)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건비가 상승하면 가격경쟁력의 격차도 좁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인데
실제로 WSD는 한국의 인건비상승에 따라 지난88년 t당 60달러이상의 격차를
보이던 한국과 미국의 냉연강판가격이 93년에는 10달러이내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의 철강업체들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위해서는 R&D투자를
늘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힘과 동시에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상승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