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에 자리잡은 화성전자(대표 원인천).

인덕원사거리에서 군포쪽으로 훤하게 뚫린 대로변 50여m 안쪽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마당은 잔디와 소나무 향나무등으로 근사하게 꾸며져 있어 얼핏
보면 휴양소를 연상케 한다.

파워서플라이 어댑터등 전자부품을 만드는 화성전자는 생산량을 모두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 바이어의 주문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수작업에 의존한다.

킴 나스 아차리아씨(28)는 이곳에 지난 1일 배치돼 한달째 일하고 있다.

네팔에서 영어교사를 하다 돈을 벌기 위해 부인과 한살짜리 아들을 남겨
두고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기협
중앙회를 통해 이곳에 배정돼 프레스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엔 아차리아씨를 포함, 네팔인 근로자 1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가는 구리선을 감거나 납땜하는 일, 부품을 조립하는 일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업무는 서투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은 오히려 한국인근로자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아직 숙련공의 절반정도밖에 능률이 오르지 않고 있지만 잔업을 하게
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 매우 흐뭇합니다"

이 회사의 원인천회장은 작년보다 40%나 늘어난 수출물량을 소화하려면
부서에 따라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데 국내 근로자들이 야간이나 휴일작업을
기피하는 반면 네팔인들은 너도 나도 일거리를 달라고 요구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지난달 30일 김포공항을 통해 첫 입국한 산업기술연수생(외국인근로자)들의
한국내 생활이 한달을 맞았다.

이들중 일부는 당초 일하기로 계약한 근무처를 무단으로 옮겨 강제출국
되는등 잡음을 빚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어
인력난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지난 한달동안 입국한 외국인근로자는 총 7백9명으로 네팔인 2백37명
인도네시아인 84명 베트남인 1백41명 미얀마인 2백47명이다.

이들은 서울 문래동 성수동 안양 부천 반월등지의 중소기업에 배치돼
일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벌써 숙련공의 80~90% 능률을 올릴 정도로 빠른 업무숙달
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 문래동의 플라스틱성형업체 동서화학(회장 백승초)에서 일하는
네팔인 탐바하두르씨(22)는 하루 8시간 정규근무외에 매일같이 3~4시간씩
잔업을 한다.

부모님과 고향음식생각에 가끔 향수에 젖기도 하지만 한국인 동료들과
사귀고 주말엔 여의도광장에 가서 자전거도 타는등 한국생활을 익히고
있다.

백승초회장은 자사에 배치된 2명의 네팔인은 전부 대학출신이고 영어를
할줄 알아 불과 한달새 한국인근로자와 버금갈 정도로 업무를 빨리 숙지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소기업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은 보배와 같다.

일감이 밀려들고 납기가 촉박해도 한국인근로자들 가운데 잔업에 응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이런 형편에서 월2백10~2백60달러(기본급기준)를 받고 군말없이 일하는
외국인들이 이들업체엔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이다.

이에따라 신발등 일부 업종에선 독자적으로 인력수입을 요청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또 외국인근로자 도입과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기협중앙회도 당초 도입키로
한 2만명을 8월중순까지 앞당겨 들여오고 9월이후에 추가로 2만명을 더
들여올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요청해 놓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인력부족을 무조건 외국인력에
의존하다간 성범죄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킬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서울 화양동 삼성문화인쇄의 조영승사장은 "외국인력은 한시적으로 제한적
인 범위안에서 도입해야지 인력난해소의 만병통치약이 돼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종합적인 인력공급확대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