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으로 국제경제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국가
경쟁력강화를 위한 공기업민영화와 규제완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규제완화와 공기업민영화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공기업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기업간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완화와 공기업민영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등 선진국의 규제완화및
민영화를 담당했던 정부관리와 학계관계자들을 초청, 29일 롯데호텔에서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세미나의 주제발표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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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 르파지 < EURO 92 연구소 사무국장 > ]]]
프랑스의 민영화는 지난86년에 시작됐다.
당시 자크 시락이 이끄는 보수당정부는 65개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후 민영화는 미테랑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지난88년4월 중단되기도
했으나 93년4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서 더욱 강도높게 추진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92년말을 기준으로 프랑스정부가 최대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1백
5개사를 넘는다.
공기업의 계열사까지 합치면 프랑스정부가 보유지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
할수 있는 기업은 2천7백50개사에 달한다.
발라뒤르총리가 민영화5개년계획에서 민영화대상으로 발표한 21개공기업은
이중 1천7백60개사를 지배하고 있다.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프랑스는 보수주의혁명의 일환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영국과는 달리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소극적인 차원
에서 민영화에 접근하고 있다.
프랑스 민영화의 가장 큰특징은 되도록 많은수의 중하층소득계층에게
민영화대상기업의 주식을 보급하는 대신 경영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내국인 개인투자자와 민영화대상 공기업의 종업원들에게는 민영화기업의
주식취득때 우선배정과 낮은 매입가격 무상주배정등의 특혜가 주어진다.
프랑스정부는 이같은 주식소유분산과 동시에 경영의 안정을 위해 정부에게
황금지분을 소유토록 허용, 중요한 해당기업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되는 민영화위원회와 함께 기업마다
정부를 대신하여 해당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민영화이후 경영을 주도할
투자자들의 모임인 "노요뒤(noyaux durs)"를 설립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요뒤가 대부분 민영화대상으로 올라있는 공기업 또는 민영화된
공기업의 경영진들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때 프랑스의 민영화는 성공적이지만 민영화의 결과에
대해서는 새로운 특권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심각한 정치.경제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에는 진정한 의미의 자본가는 없으며 민영화를 통해 경제적권력이
더욱 강해진 전직관료들이 자본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프랑스의 새로운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임명된 공무원들
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민영화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경제계와 정치계의 "노멘클라투라
(Nomenklatura)"만을 살찌게한 동구권의 민영화와 크게 다를바 없다.
민영화만으로는 프랑스의 혼합경제적 특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