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물리학"이라고 하면 일반인들도 상식적으로 그 학문이 무엇을
연구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한다.

그러나 "철학"이라고 하면 그것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 학문인지
막연해진다. 글자뜻 그대로 "애지의 학문"이라고 설명하면 더 알쏭달쏭
해질 뿐이다.

철학은 자연 인간 신등을 포함,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모든것을 탐구하는 학문인데 좁은의미의 형식적인 정의를 내린다면
인생관 세계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해야할까.

따라서 연구대상이 일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대상을 탐구하면서도 모두
철학이라고 부른다. 철학은 이처럼 광범한 영역을 지니고 있다.

우리 학계에 때아닌 철학과 윤리학, 철학과 유학의 개념논쟁이 일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 하나는 중고교 국민윤리과목의 교사자격을 놓고 철학계와 윤리학계가
서로 적합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지방의 모대학에서
교수를 공채하면서 유학은 종교의 영역에 약속하기 때문에 유학전공자는
철학과 교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2명을 탈락시켜 버린것이
반발을 사고있는 일이다.

윤리학계가 철학은 지적사고만을 강조해 국가나 사회, 통일분제등의 실천
교육에는 미흡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철학계에서는 "윤리학은
철학의 한 분과로 서 철학적 사고의 함양이 없는 윤리학이란 이미 그 실체를
상실한 것"이라고 "큰집"을 빼놓은 "작은집"의 횡포를 규탄한다.

한편 유학을 종교로만 규정해버리는 모대학의 처사는 몰상식한 처사로서
법정투쟁을 벌여서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 유학자들의 고집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놓고 다투는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없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모두다 전공이기주의에 따른 "파벌싸움" "밥그릇싸움"의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어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

세계의 대학이 학제적인 연구를 강조하고 있고 특히 일본에서는 여러
영역의 문화를 종합해서 다루는 "총합문화과"라는 이름의 학과가 생기고
있는 판에 우리학계의 편가르기식 구태는 언제나 사라질지 암담하기만
하다.

서로 미워하는 두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 한사람은 뱃머리쪽에, 또
한사람은 꼬리쪽에 앉아 있었다. 폭풍이 닥쳐 배가 침몰할 지경이 되자
꼬리쪽에 앉아있던 사람이 어느쪽이 먼저 가라앉느냐고 사공에게 물었다.

뱃머리쪽이 먼저 가라앉는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말했다.

"내 적이 먼저 죽는것을 볼수 있다면 나는 죽는 것도 괜찬아" "이솝전집"
에 나오는 우화 한토막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