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손의 역할을 기피하거나 열등시하는 흐름의 배후에는 "손의 힘
만으로는 거리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손의 근육은 발이나 어깨 등따위의 근육들보다 사이즈도 작고 힘의
절대치도 모자라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파워를 추구하는 프로 아마등 뭇 골퍼들은 "하체의 힘을 클럽헤드
에 전달하는 방법"을 탐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나친 하체나 어깨부분의 동작때문에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축과 클럽헤드의 궤도가 흐트러지거나 아예 무너져 버리는
경우가 십중팔구이다.

과연 손의 힘은 보잘것 없는 것을까. 손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은
철봉체조를 상상해 보기 바란다.

50~50kg이나 되는 온 몸의 무게를 두 손의 힘만으로 철봉에 매달뿐
아니라 엄청난 가속과 정성이 붙어 회전하는 몸을 거뜬히 지탱해 내고
어떤 때는 회전도중 한손을 떼기까지 한다.

골프채의 클럽헤드가 발생시키는 속성모멘트가 어느정도인지는 몰라도
그것은 절봉운동때 손이 견디어 내는 중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것은 이렇게 힘센 손을 완전히 죽이고 하체와
몸통의 한정된 회전에서 생기는 약간의 가속에만 의존하려는 스윙테크닉이
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여기에서 토미 아머의 일화를 하나 소개해 본다.

나는 키가 155cm에 몸무게는 50kg밖에 안되는 소녀를 가르친 일이 있다.
그녀는 곧 주니어 챔피언이 되었다. 그녀는 손을 회초리처럼 썼다. 몸의
움직임이 손의 빠른 동작을 결코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타법으로 항상
200야드이상씩 날렸다.

어느날 그녀가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을때 옆 타석에서는 과거 전미
축구선수를 지낸 커다란 몸집에 건장하게 생긴 중년남자가 연습하고
있었다.

이 남자는 소녀가 별 힘도 들이지 않고 200야드표시를 계속 넘기는 것을
보고 있더니 우울한 표정으로 자기의 클럽을 거둬들이고는 휙 사라져
버렸다. 얼마후 나는 클럽 하우스에서 술이 꽤 취해 있는 그를 발견했다.

까닭을 물어 보았더니 이런 대답이었다. "나는 그 소녀를 한손으로
20피트밖으로 내던질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소. 그뿐인가.나는
1주일에 5일씩 과거 5년이나 열심히 스윙연습을 했는데도 그녀보다
거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골프따위는 집어치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그를 달랬다. "그렇게 실망만 하지 말고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나와보시오. 스윙을 한번 봐 줄테니..."

그다음날 그의 스윙을 관찰해 보니 폼도 좋고 스무드하게 다듬어진
스윙이었다. 나는 그에게 "클럽을 왼손으로 꽉 쥐고 오른 손으로 공을
힘껏 쳐보시오"라고 말했다.

놀란 그는 "아니, 나는 지금까지 골프는 왼손과 몸으로만 치는 것인줄
알았는데..." "아무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보시오."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그의 공이 당장에 캐리만으로 200야드를
넘어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 나의 충고는
단1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자리에서 그는 가장 행복한 골퍼로 변신한
것이다.

손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에 불필요한 힘만큼은 빼야한다면 몰라도 파워
를 몸통이나 하체에서 구하는 개념은 재검토 돼야한다. 두뇌골프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