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경제에 대한 관심은 요즘 아주 각별하다.

대통령의 경제관련 행사참석이 늘어나는가 하면 공사석에서의 경제문제에
관한 발언 또한 잦아지는 추세다.

그런가운데 최근들어 청와대가 가장 신경을 쏟고있는 경제현안은 역시
노사문제다. 시기적으로 분규의 가능성이 가장 큰 임금협상시즌임을 의식한
탓일게다. 여기다 현대그룹분규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해의 기억과 산업
현장에서의 분규가 정국혼란을 야기한다는 과거경험이 관심을 더욱 증폭
시키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의 노사문제에 관한 관심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준비된 행사가
하나 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제10회 신경제회의" "노사협력의식 제고
전략"이란 테마로 김영삼대통령이 주재하게 될 이날 회의에는 국내30대그룹
총수와 계열주력기업 노조위원장들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채롭다.

대기업그룹의 총수들과 노조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사문제를 논의
하는것은 사상 처음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함께 초대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초대된 총수가운데는 6명이 참석치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을 비롯 롯데 신격호, 효성 조석래, 동국제강 장상태, 한라
정인영회장등은 해외출장이 계획되어 있다.

우성그룹의 최주호회장의 경우는 고령으로 인한 건강상 이유로 참석치
못한다는 소식이다.

이들을 제외한 현대 정세영, 럭키금성 구자경, 대우 김우중, 선경 최종현
회장등 나머지 24개그룹회장은 모두 참석할 에정이다.

특히 김승연 한국화약그룹회장이 새정부출범후 처음으로 대통령 주관행사
에 초대돼 괸심을 끌고있다. 청와대측은 공식적으로 이에대해 별 의미부여를
꺼리는 눈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쳐 초청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가시화 되고있는 화합조치의 산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부그룹 총수들의 불참에도 불구 노조위원장들은 지금까지 30대그룹
기업 대부분이 참석을 통보해 왔다는 소식이다.

현대자동차 이영복위원장을 비롯해 금성사 유재섭, 대우전자 이해석, 유공
(선경) 김장식, 동양나일론(효성) 김진용등 그룹을 대표하는 굵직한 기업의
노조대표가 참석하게 되어있다.

그룹내 노조가 구성되어 있지않은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
근로자측대표인 김완호씨가 참석할 예정.

이날 신경제회의가 또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례적으로 "영화감상"
시간이 마련된 점이다. 영화내용은 금성사가 만든 "노사화합 성공사례".

영화라야 극요소가 거의없는 13분짜리 다큐멘트리식의 짧은 내용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경제장관들, 정당대표, 신경제위원, 대기업그룹총수 및
노조대표등 우리나라를 이끄는 1백30여명의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사
화합을 주제로한 영화를 함께 감상한다는 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과거 신경제회의에서는 슬라이드를 상영한적이 있지만 영화를 보는 일은
처음이다. 청와대의 노사안정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
으로 풀이할수 있을것 같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노동부 노사정책실장과 상공자원부 제2차관보의
특별보고에 이어 약 20분에 걸친 토의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 토론
시간에 노사대표가 과연 어떤 발언을 할것인지도 주목거리중의 하나다.

청와대관계자들은 경우에 따라 난상토론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있다.

<>.청와대의 노사문제에 대한 관심은 사실 지난번 김대통령의 일본 중국
순방이후 부쩍 강화되어 왔다.

지난 4월8일 노사문제를 주제로 중소기업인들과 오찬을 한것을 시발로
20일에는 모범노조위원장 30명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25일에는 안산공단을 방문, 노사대표와 함께 현장토론을 벌였으며 5월6일
에는 근로자의 날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불렀다.

국정전반을 챙겨야 하는 대통령의 바쁜일정을 감안하면 노사쪽에 엄청난
시간할애를 한 셈이다.

노사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은 사실 지난4월초 대우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일어난 분규때도 읽을수 있었다. 언론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김대통령은 당시 박재윤경제수석에게 매일매일의 상황을 보고받고
원만한 타결을 지시했다.

이에따라 박수석은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을 직접 찾아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만한 해결을 끌어낼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23일의 신경제회의가 일부분석대로 난상토론의 장이될지 아니면 차분한
가운데 문제점을 도출할수 있는 기회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과 그룹총수 노조대표등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문제해결을 시도한다는 일 자체만으로도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이해하는데는 만나서 격의없이 대화하는것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
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