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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60-70년대의 한국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이룬데는 잘 훈련된 관료들
의 역할을 그 원동력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주도형 성장과정에서
젊은 엘리트그룹이 형성됐고 이들의 힘과 역할은 대단히 컸다. 정소영
고려종합경제연구소회장(62)도 그중의 한사람으로 볼수있다. 27세였던
1959년 미워싱턴주립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획득하고 그해 재무부조세
고문관으로 관과 인연을 맺은뒤 36세인 68년 재무부차관, 37세였던 69년
에 장관급인 대통령경제1수석비서관, 73년 농림수산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뒤 국제경제연구원장(현재의 산업연구원)과 생보협회회장을 거쳐 지금
은 고려종합경제연구소회장을 맡고 있다. 고려종합경제연구소 출범당시
의 창립회장이기도한 정회장을 만나 보았다.

***************** 대담 = 이계민 < 부국장대우 증권부장 > ************

-5년만에 연구소로 돌아오신 셈인데 요즈음 어떤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까.

<>정회장=아무래도 증권회사(고려증권)에 소속된 연구소이기 때문에 연구
과제도 국내산업동향이나 경제전망등 우리경제의 일반현황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제화 개방화의 진전에 따라 연구범위
도 세계경제로 넓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민간연구기관들도 그
규모와 질적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책임도 무거워졌다고 봅니다.

-요즈음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우왕좌왕하거나 너무 여론에
떠밀려 다닌다는 얘기들이 많은데요.

<>정회장=극히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경제정책이란 항상 이해가 상반되는
그룹이 있게 마련입니다. 때문에 경제정책은 국민경제전체의 입장에서 최대
이익을 얻을수 있느냐에 기준을 두고 결정돼야하며 그 집행과정에서 이해
상반그룹을 얼마만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정책의 종합조정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정책의 조화가 이뤄질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정책의 종합조정기능이 어디에서 어떻게 최종적으로
이뤄져야 하느냐는 점입니다.

가끔 대통령경제비서실과 경제각료간에 견해가 다른 경우도 있을수
있습니다. 경제정책은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지만 대통령책임제하
에서 대통령의 통치철학과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상호협조
체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부처이기주의라는
말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만 이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정책의 최종결과가 나오기전에 각부처가 자기들 나름대로의 소신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책임있는
업무수행자세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정책수립과정에서 상반된 견해가 제시
되고 토론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고 꼭 필요한 절차라고 보아야지요.
이런점에서 보면 정책의 여론수렴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획일적이고 일사불란한 결론을 요구하기보다는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즈음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소신껏
일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정회장=글쎄요. 보기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복지부동이라고 몰아치기 이전에 소신껏 일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느냐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환경이 복지부동을 강요할수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사기앙양책도 생각해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앞서 정책일관성얘기를 하다 말았습니다만 정책은
수평적인 조화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일관성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직적 일관성이란 우선 결정된 정책이 말단실무자들에게까지 일관성있게
전달되고 집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어떤 경제정책이 수립되면
그 집행과정에서 본래의 목적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책목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여기에서 많은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또하나는 시대적인 일관성입니다.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정책의
기본이념이 바뀌어서는 곤란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모든 것을 부정하고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식의 경제정책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이는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일부에선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현재의
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회장=두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단기순환론적인 측면에서
요즈음의 경기는 매우 좋다고 봅니다. 산업생산이 늘어나고 성장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회복의 요인을 따져보면 우리경제
스스로의 체질개선보다는 엔고현상이나 중국특수등 주변여건개선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첨단중화학공업의 호황에 비해 내수중소기업의 침체는 더욱 깊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구조개편의 한 과정으로 이해되기는 하지만 이를 얼마만큼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치유하느냐에 따라 국민경제의 부담도 달라질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들의 사업전환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여러
가지 시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예컨대 중소기업 인력수급을 원활히
해주거나 유리한 산업입지의 제공, 기술개발지원시책의 강화등 과감한 시책
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경영자들의 의식전환
입니다. 이제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기업전환의식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하고 특히 막연하게 갖고 있는 기존 사업에 대한 "정서적인
애착감"을 하루빨리 떨쳐버리고 국제경쟁시대에 걸맞는 경영자로의 변신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공기업민영화나 사회간접시설(SOC)확충 시책과 관련, 대기업에
대한 특혜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을 추진
하는데 있어서 대기업을 참여시키자니 경제력집중이나 특혜시비가 나오고
그렇다고 이들을 배제하면 그만큼 사업추진도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회장=경제논리로만 보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은 좀 우스운
얘기입니다. 다만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대기업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문제입니다. 이는 대기업그룹들이 주식분산이 안돼 있는데다 아직도 "가족
경영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수익성이 없는
국책사업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세제나 금융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기업참여논란 이전에 사회간접시설투자등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냐, 아니면 민간자본을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냐의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기업특혜논란이전에 사회간접시설투자는 가능한한
정부가 국채발행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직접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적자재정을 너무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경제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정회장=상당히 밝다고 봅니다. 당분간 7.5~7.6%성장의 고원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옛날 얘기좀 해보지요. 미국유학을 일찍 떠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정회장=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서울대상대 1학년을 마치고 나서 미국에
가서 공부해 보고 싶어 유학을 가게됐습니다. 56년에 미워싱턴주립대를
마치고 3년만인 59년에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경제학박사로는 국내 2~3호정도는 될 겁니다.

-공직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정회장=공부를 마치고 미국에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자유당정부에서
미국에 대해 조세고문단파견을 요청했어요.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던 시절인데다 국내전문가가 거의 없었고 일본세법을 그대로 베껴쓰고
있던 때라 세제개혁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당시 재무부는 송인상장관이 맡고 있었는데 그때 미국조세고문단장을
본인의 지도교수였던 워싱턴대학의 홀박사가 맡게됐고 함께 한국에 가자고
해서 조세고문단의 일원으로 재무부에 오게됐습니다. 그뒤 4.19혁명으로
민주당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무부사세국토지과장을 맡았고 5.16뒤에는 최고
회의의장자문관 재무부세정차관보등을 맡아 공직에 몸담아왔습니다.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근래에는 생명보험협회회장으로 업계에도
몸담아오다 다시 연구기관으로 돌아오셨는데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어떤 것입니까.

<>정회장=글쎄요. 아직도 공부해야할 분야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경제는
세계화속에서 살아남아야 될 절박한 상황에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경제분야
에 대한 정리를 해볼까합니다. 우리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비교
우위론"보다는 "절대우위론"을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의 생산성이나 기업의
생산성이 "세계제1"을 지향해야 합니다.

우리사회도 좀더 성숙된 목표를 지향해야 할것같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격동속의 전진"보다는 좀더 차분한 마음으로 "안정속의 전진"을 이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